10.20
또 기차를 탄다. 이젠 기차를 타기 전에 무조건 걱정부터 앞선다. 그치만 오늘의 난 SNCF의 특별편지도 갖고 있으니 이것만 있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나르본에서 바르셀로나 가는 기차를 예약도 하지않고 무작정 탄다. 나는 특별편지를 가진 몸이시니까! 나르본-바르셀로나 행은 스페인 국경을 넘는 기차여서 처음엔 프랑스 역무원이 표를 검사하고, 국경을 넘어가면 도중에 스페인 역무원이 또 와서 여권과 티켓을 검사한다. 내가 외교통상부로부터 문자 세 통을 연달아 받은 그 때, 갑자기 스페인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티켓과 여권검사를 시작한다. 우오.. 포스가 어마어마하다. 객실을 앞 뒤로 막아서고 한 놈이라도 달아나기만 해봐 당장 목덜미를 붙잡아줄테다 표정이다. 내 앞쪽 대각선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 한참 어쩌구저쩌구 하더니 나는 검사도 안하고 그냥 가버린다. 나 특별편지 있는데.. 보여주고 싶었는데 헤헤. 그래도 SNCF의 특별편지 덕에 나는 10유로만 내고 그 까다롭다는 스페인의 국경을 무사히 넘었다! 이 감동의 편지 정말 대대손손 간직할꺼다. 내 옥탑방 책상의 두번째 서랍 속 내 보물상자에 고이 넣어서!
1시. 나는 31시간만에 드디어 프랑스 니스에서 바르셀로나에 왔다. 기차만 무려 19시간을 탔다. 바르셀 너 이자식 ㅠㅠㅠ 나를 이리도 고생시키다니 너 내가 오래도록 머물러줄꺼야ㅠㅠㅠ 안타깝게도 호스텔의 no show problem은 해결되지 않았다. 아깝긴 했지만 쿨하게 15유로주고 호텔방에서 잔 셈치고 침대에 짐을 풀었다.
Albergue Studio.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하고있는 호스텔. 바르셀로나의 밤은 참 시끄러워서 시내호스텔을 잡으면 잠자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Barcelona never sleep! 그치만 내가 있는 이 곳 레이나엘리슨다는 낮에도 한적해서 아주 내맘에 쏙 드는 곳이다. 내가 있어본 호스텔 중에 시설은 그렇다치고 분위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 나는 뭐 클럽, 바, 밤에 노는거, 여행객들이랑 어울리는거 이런거 뭐 나쁘진 않지만 굳이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혼자 푹 좀 쉴 수 있는 곳이 최고다. 그러기에는 이 호스텔 정말 딱이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여기에 묵는 사람들도 물론 나가면 노는거 좋아하겠지만 호스텔에서는 다들 조용조용 매너를 지켜준다. 조용히 매너지켜서 밤에 조용히 나갔다가 새벽에 조용히 들어와서 잔다ㅋㅋㅋ 내가 묵는 방은 3beds mixed room인데 나 나갈때 친구들은 자고 나 잘때 친구들은 나가니까 거의 나 혼자 쓰고있다. 샤워실을 기다리는 일도 없고 잘 때 시끄러운 일도 없다. 다만 조금 불편한 건, 내가 아침에 준비할 때 얘네가 다 자고있어서 아주 살금살금 준비해야 한다는거 정도?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 에티켓 수준이다. 게다가 더 좋은건, 이 가격에 아침식사가 포함이라는거! 짱짱! 매일 아침마다 갓 뽑은 향긋한 카푸치노를 마실수가 있다! 감동감동바르셀로나 호스텔 완전 고민고민하다가 어렵게 결정한건데 너무 잘골랐당^^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매일 지하철타고 다녀야하지만 그래두 시끄러워서 잠 못자는 것보단 훨씬 좋다^^ 주인 할아버지도 인상이 첨엔 무서웠는데 완전 짱좋다^^
아트티켓때문에 고민하다가 일단 나가서 국제학생증이 먹히면 아트티켓을 안사기로했다. 안 먹혔다. 아트티켓을 샀다. 젠장. 쳇, 역시 프랑스가 최고야. 유럽에서 아트스튜던트 해주는 곳은 프랑스밖에 없당. 그래도 25유로주고 관광료 비싼 바르셀로나에서 미술관을 7개나 갈 수 있다니 거의 한 곳당 4유로도 안주고 가는 셈이다. 게다가 그 7개 미술관이 후앙 미로 파운데이션, 피카소 미술관, 카사 밀라, 카탈루냐 미술관, 현대 미술관 등 젤 흥미로운 곳만 골라 담아놔서 이 티켓 진짜 괜찮다. 그리고 미술관을 가면 티켓에 해당 미술관이름 옆에 각자 체크를 해주는데 이거 무슨 쿠폰모으는 것처럼 찍는 재미가 쏠쏠ㅋㅋ
이거야말로 바르셀로나 미션7이다. 완수하고 말겠어! 호스텔에 들어오니 또 나가기 싫어서 미적미적대다가 MACBA와 그 바로옆에 있는 CCCB만 가볍게 들르기로 한다. 카탈루냐 광장역에서 내리니 바로 자라가 있고 망고가 있고 H&M과 람블라스 거리가 이어져있다. 나에게 쇼핑의 천국은 프랑스도 이탈리아도 아닌 바로 스페인이다ㅠㅠ 너무 이쁜 악세서리들, 신발가게, 캐쥬얼브랜드 매장이 수도없이 많다. 대박. 훈남언니오빠들이 그득그득하다. 눈이 핑핑 돌아간다. 나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빈 여자들이 젤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스타일리쉬한 언니들은 스페인에 있었다. 언니들 너무이뻐.
MACBA앞에 가니 힙합조각상들이 보드를 타고있다ㅠㅠ 넘 잘생겼.. 이탈리아 남자들은 거지도 그리 잘생겼다드만, 그런데 난 이탈리아에서 딱히 남자들이 잘생겼다고 느끼지 못했다. 사실 이탈리아는 너무 관광객이 많아서 누가 이태리노고 누가 다른나라 사람인지 구분도 못했다. 근데 여기는ㅠㅠ엉엉 바르셀로나가 날 이렇게 고생시켰던 건 도착 후의 이런 희열을 최대로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나부다. 아ㅠㅠ 훈훈해ㅠㅠㅠ
뉴욕에서 리차드마이어의 아파트와 모델갤러리 이후로 또 다시 만나게 된 그의 작품. MACBA. Museo D'art Contemporary de Barcelona. '백색 건축의 대가'라는 마이어답게 하얀 벽과 맑은 유리창이 건물 앞 광장까지 깨끗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건축물의 포인트는 내 생각에 투명한 유리 파사드 전체를 훑는 내부 Ramp일 것이다. 하얀 램프를 따라 오르며 맑은 유리창 너머로 훈훈한 친구들이 보드타는 광경을 바라보는 그 흐뭇함이란 흐흐흐 생각만해도 환상적이지 않음? 막바는 이걸로 끝이다. 아니 볼게 없다는 말이 아니라 이 씬 하나로도 아주 만족한다는 말이다. MACBA에 맑은 유리창에 하얀 램프가 있었다면 CCCB에는 네모 court를 둘러싸는 예쁜 벽돌 3면 파사드와 거대한 유리파사드 하나가 있다. 재료들이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그 court안으로 살며시 들어갔다가 와, 하고 감탄해 버렸다. 너무 아기자기 귀엽고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시컬하다. 이 느낌을 정말 완벽히 표현해줄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나면 좋을텐데. 그 느낌 그대로 언제고 떠올렸을 때 100% 되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막상 CCCB안에는 알수 없는 영상만 가득 전시되고 있었지만 여기도 이 court하나로 충분하다.
이제는 지도도 안들고 막 다닌다. 그 위험하다는 바르셀로나에서. 그래서 길을 다닐때는 카메라도 가방에 집어넣고 지도도 들지 않고 그냥 현지인처럼. 물론 현지인처럼 안보이겠지만 당연히 관광객같아보이지도 않게(?) 해야한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MACBA로 빠지는 골목에서 0.99짜리 왕요거트를 발견했다. 앗싸 당장삼. 숙소에 와서 저녁으로 왕요거트를 먹었다. 블루베리가 막 씹히는 믹스프루트다. 맛있다. 그러고보니 오늘 먹은거라곤 호스텔 아침과 과자 하나와 요거트 하나 뿐이네. 배가 고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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