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
또또또!!! 기차를 놓쳤다 또!!!!!!
진심 기차놓치는데에는 이골이 났다. 이번에는 지하철비 1.5유로 아끼려고 MONOP의 유혹도 참고 열심히 걸어오다가 도저히 안되는걸 알고 기차시간 10분을 남겨놓고 결국 지하철을 탔는데, 놓.쳤.다. 1.5유로도 못 아끼고 기차도 놓쳤다. 이런 병신이 따로 없... 심지어 다음 기차는 3유로 주고 예약을 해야하는 떼제베였고 예약 안해도 되는 탈리스는 무러 6시에 있었다. 지금은 2시 반인데. 그깟 2천원 아껴보겠다고 발악을 하다가 시간도 버리고 4.5유로도 쓰게 생겼다. 바보멍충이. 니스근현대 미술관? 이미 포기했다. 아침에 8시 45분 기차를 타고 두시간 반을 달려서 마르세유로 왔다. 목표는 오직 하나 그 전설적인 르 꼬르뷔지에의 유니떼 다비따시옹을 보기 위해.
눈을 뜨자마자 나는 고민을 했다. 마르세유를 갈까 니스근현대미술관을 갈까. 왠지 예감이 마르세유를 가면 미술관을 못갈거 같고 미술관을 가면 마르세유를 못 갈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마르세유를 선택했다. 내가 잘 하면, 잘~다니면 마르세유도 갔다가 미술관도 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늘 처음에 이렇게 고민을 하다 억지로 뭔가를 하게 되면 일이 꼬이게 마련이다. 마치 가기 싫어서 고민고민고민하다 에이 그래도 약속인데 하고 스터디길에 나섰다가 지하철 내리기 직전에 모임취소 소식을 듣는 것처럼. 역시 오늘도 빗겨가지 않았다.
무사히 마르세유에 내려서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유니떼 다비따시옹을 물어본다. 지하철타고 버스도 타야된다. 스테이션 이름 적어달랬더니 '마이 폰넘버?'라면서 조크를 친다. 지도를 보니 버스가는 길은 걸어갈수 있을 것 같다.
마르세유. 파리에 비하면 참으로 '외관상' 현대적인 도시다. 아니, 근대적이라고 해야 더 어울리려나? 파리에서 볼 수 있는 유럽풍의 화려한 건물들은 없고 말끔밋밋한 콘크리트 건물, 커튼월건물, 고층 아파트들을 쉽게 볼수 있다. 커튼월 건물을 어떻게 저렇게 옆건물이랑 파티월로 할 수가 있지? 원래 할수 있는건가?
역에서 내리자마자 곳곳에 우뚝우뚝 서있는 너도나도 유니떼 다비따시옹스러운 건물들이 여기는 마르세유구나,를 깨닫게 해준다. 마치 저게 유니떼 다비따시옹인가 하고 헷갈릴 정도로 닮아있는 건물들. 아, 꼬르뷔지에의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 하나가 이 도시 전체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그리고 또 꼬르뷔지에를 선두로 그 근대건축이라는 여파가 지구 반바퀴를 돌아 우리나라 서울에도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인지.. 큰 길을 따라 쭈욱 걸어가니 르 꼬르뷔지에라는 이름의 버스정류장이 등장. 그리고 가로수 뒤로 우뚝 서있는 색이 바랜 콘크리트 덩어리가 옆모습을 드러낸다. 걸어오다 보았던 하얗고 알록달록한 애기 유니떼 다비따시옹에 비해 근대의 세월을 우직하니 버텨낸 중후하게 바랜 할아버지 유니떼 다비따시옹이다. 육중한 필로티 밑에 서니 내가 그 책에서만 보던 전설같은 유니떼 다비따시옹에 왔구나, 실감이 난다. 아직까지 이렇게 건재한 걸 보니 정말 거장의 건축물 답다는 생각을 한다.
이 콘크리트할아버지가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의 도시모습은 어떠할까?
(...)
호스텔이 저녁 8시만 되면 와이파이가 안 잡히기 때문에 8시 전에는 꼭 들어가서 바르셀로나 호스텔의 위치를 파악 하고 인터넷도 좀 하고싶어서 3유로를 주고서라도 떼제베를 타고 일찍 가려고 했는데 '예약 다찼어' '다음건?' '다음것도' '그다음건?' '다~ full이야, 6시꺼 탈리스타' 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엉엉. 읽을 책도 없고 갖고 있는거라곤 연필이랑 스케치북 하나뿐인데 세시간동안 뭘하지 뎃생이라도 하고 있어야하나 절망에 빠지고 있을 무렵, 한 줄기 빛이 내 핸드폰의 와이파이 신호를 두칸 채워주었다. 아! 그 위대한 맥도날드! 전세계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빵빵 제공하는 위대한 맥도날드! 배고프니 커피보다 토르테 하나 시켜서 자리잡고 와이파이를 신나게 펑펑 썼다. 세 시간 동안 열카톡을 하며. 꽁이하고도, 욤하고도, 상욱선배하고도, 세영하고도. 엄마한테 이메일도 보냈다. 만족스럽다. 세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낸 느낌이다! 우후후
이제 호스텔 와이파이따위 필요없어, 집에 가서 짐싸고 잠만자면 된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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