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Prologue
-. 쓸쓸하고 찬란하신, 수오멘린나
-. 디자인은 있고 돈은 없는, 디자인 디스트릭트
-. 사랑스런 Vallila 도서관
1. Suomenlinna, 수오멘린나
오늘도 신나게, 출발?
오늘은(이 날은) 수오멘린나를 가기로 한 날.
어젯밤 인터넷에서 수오멘린나 가는 페리를 예약했다.
여느 때 처럼 7A 트램을 타고 헬싱키 대성당 앞에서 내려 카우파토리(마켓광장)까지 걸어갔다.
카우파토리에는 수오멘린나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 대합실? 이 있다.
파란 전광판을 찾으면 금방 찾을 수 있다 !
페리 시간표를 못찍었는데,
40분 마다 한대씩 있다고 보면 된다.
무작정 카우파토리에 도착하니 다음 페리 시간까지 15분이 남아서
Waiting Room에서 앉아서 기다렸다.
여전히 밖은 무척 추웠지만 안은 난방이 되어 따뜻했다 :)
도오ㅡ착.
15분 쯤 달려 수오멘린나 선착장에 도착했다.
페리에 같이 탔던 사람들이 꽤 되어 사람들 가는 데로 따라간다고 갔는데,
어느샌가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이렇게 덩그러니 나만 남았다.
다들 어디간겨...
한겨울의 헬싱키는,
파스텔의 건물과 새하얀 눈의 색감이 무척 예쁘게 어우러져
어딜가나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
아,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분홍, 파스텔 노랑. 예쁘다.
얍, 예쁜 배경 방해하기 ㅡ.
ㅋㅋㅋ
헬싱키에서 한가지 놀랍고 재밌었던 것,
이곳 가족들의 필수품, 눈썰매 !
눈만 왔다 하면, 경사만 좀 있다 하면 눈썰매를 슝슝 타고 논다.
엄마들이 유모차 대신 눈썰매에 애기를 태워 다니기도 ㅋㅋㅋ
너무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애기들이 귀여워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같은 유치원에서 나온 듯, 노란 형광조끼를 함께 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옛날 옛날 1747년, 핀란드는 스웨덴의 영토였다고 한다.
스웨덴 왕실은 동쪽에서 밀려오는 러시아의 야망으로부터 스웨덴을 지키기 위해,
스웨덴 영토의 동쪽 헬싱키 인근 군도를 연결하여 하나의 거대한 요새를 구축하였다.
이 것은 18세기 스웨덴의 가장 큰 건설사업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에 맞서기위해 구축된 이 요새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에 점령되어 110년 간 러시아의 강력한 요새의 역할을 하였다.
러시아에게 점령당했을 당시 요새의 이름은 '비아포리(Viapori)' 였다고 한다.
1917년 핀란드가 독립한 이후 이 요새는 '수오멘린나(핀란드의 요새)'로 불리우며
2차 세계대전동안 헬싱키의 공중감시 기지로 활용된 것을 마지막으로
군사적 기지의 역할을 마감하였다.
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이 곳은 어쩐지
다른 도시공원과는 다르게 그 평화로움에 역사의 무게가 더해진 듯 차분하다.
그리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건지 ㅡ.
나랑 같이 페리에서 내린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건지 ㅡ.
눈부시고 찬란하고 쓸쓸하다.
그리고,
춥고
넓다.
아, 너무 춥고
너무 넓다.
쓸쓸함과 시린 추위에 못이겨 한바퀴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와버렸다.
한겨울에 수오멘린나를 가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꼭 혼자 가지 마시길.
외로움에 사무쳐 얼음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장갑과 따뜻한 양말 2켤레와 보온병에 담은 커피는 필수입니다... 아, 추워..
2. 북유럽 디자인 ! Design District
트램을 타고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간다.
구름이 잔뜩이어서 오늘도 날이 흐리고 어둡다.
첫번재로 들어간 Paper Shop.
아기자기한 엽서, 노트와 수첩, 포스터들이 가득하다.
저 헬싱키 지도는 너무 사고싶었지만
캐리어에 넣으면 100% 구겨져 내마음도 같이 구겨질 것 같아 꾹 참았다.
이 곳의 엽서는
아카데미아 서점의 엽서보다 훨씬 비싸다.
놓친 경유비행기값으로 날린 돈이 3일이 지나서 다시 생각이 났다.
아, 그 돈이었으면 이 이쁜것들을 다 살수 있었을텐데.
수오멘린나를 홀로 쓸쓸히 배회한 탓에,
지치고 배가 고파 이쁜 것들을 보아도 마음이 동하지가 않았다.
뭐라도 좀 먹어야겠어.
페이퍼 샵 건너편 오른쪽 코너에 위치한 카페.
여기 강추함!
" Furniture Cafe " 입니다.
온갖 빈티지 가구들에 둘러싸여 따뜻하고 쌉쌀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곳,
그리고 맛있는 파니니를 곁들일 수 있는 카페입니다.
'멋이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빈티지 가구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살수도 있음 !
그리고, 마음에 드는 빈티지 테이블에 골라 앉을 수도 있다 !
이런게 메리트라네 ~ ♪
주문은 요기서
까만 모자를 쓴 잘생긴 오빠가 주문을 받습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파니니
창가가 내다보이는 발이 닿지 않는 높은 테이블에 앉아
파니니와 샐러드와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주니와 꽁에게 엽서를 썼다.
돌아가는 날 주황색 우체통에 넣어야지ㅡ.
크리스마스 전에는 도착할까?
이런 자유롭고 빈티지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
정말 좋다
따뜻한 커피에 몸이 따뜻해지고,
엽서를 쓰면서 좋아하는 사람들 생각에 마음도 따뜻해졌다.
이제 또, 걸어보자.
전체적으로 어둡고 흐린 오늘,
걷다 보니 발견한 유난히 밝고 따뜻했던 곳 -.
파빌리온인가? 템퍼러리 작품인가,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 shop
" PINO "
아기자기하고 이름답게,
내부도 물건들도 모두 아기자기
마음에 쏙 들어서,
동글동글한 나무자석을 1세트 샀다. (1set 6ea, 25 euro)
(돌아와서 우리집 현관문에 동글이 나무자석으로
아카데미아에서 산 엽서와 Juni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붙여두었다 :)
"
EAT,
DRINK,
LOVE !
"
인터넷으로 심심할때마다 찾아보던 북유럽 인테리어 소품과 디자인이
모두 이곳에 있었다.
아, 신혼여행으로 헬싱키는 오지 말아야지.
전세자금빼서 이쁜 소품, 조명, 패브릭 다 사버릴지도 몰라.
캐리어 가득차서 들고 갈수도 없겠지....
감각적이고 비싸고 이쁘고 비싸다..
어느새 해가 순식간에 지고 하늘이 어둡다.
여행자의 시간은 너무나 짧고,
북유럽의 해는 그보다 짧다.
스톡만 백화점 거리.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저 공중에 조명이 반짝이겠지?
정말 예쁘겠다.
3. Vallila Kirjasto,
책 한권 빌려 꽁냥대고 싶은 밤
다시 7B 트램을 타고 나의 고향- Vallila로 돌아온다.
트램 정류장 앞에는 언제나 그렇듯!
환한 도서관 조명이 반겨준다.
오늘은 저 안이 궁금해 살짝 들어가본다.
Vallila Kirjasto 입니다.
나비같은 조명들이 깜찍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활기차다.
뭔지 모르게 건강한 지역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하나 빌려 따뜻한 집의 안락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소소한 글을 읽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우리집에도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으면,
심심할때마다 가서 꽁냥거릴텐데.
마트에 들러 오늘의 저녁과 간식을 사들고 들어온다.
오늘 저녁은 시금치 맛이 나는 스프 ㅡ
그리고, 책 한권 빌려 꽁냥대고 싶은 마음을 대신해주는
침대 속 맥주 한캔과 감자칩과 (초콜릿과) 노트북.
아,
여행의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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