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1 스물셋,혼자떠난 유럽배낭여행일기

@1009_유럽여행21, 이탈리아, 베니스(베니스 비엔날레, 젤라또, 깔라뜨라바 다리)

모나:) 2018. 4. 2. 13:43

10.09

 

 

 

아침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오늘은 비엔날레 가는 날!
그리고 상훈과는 따로 관광이다!
사실 베네치아는 거의 비엔날레 보러 온 거기때문에 기대하고 있는데 정말 가기도 전에 너무 너무 피곤했다. 어젯밤에 잠잔걸로는 부족해 이틀밤 쯤은 푹 자줘야되는데.. 비엔날레에 일찍 안가면 길게 줄서야된다고 민박집 사장님이 겁주는 바람에 일찍 일어났다. 게다가 입장료는 12유로나 하고 수상버스는 16유로나 했다. 망할 관광베네치아. 아트스튜던트도 얄짤없다. 프랑스가 좋았지ㅠㅠ 엉엉 파리에 있을 땐 몰랐는데 정말 지나고 나니 파리 생각이 많이 난다. 파리가 좋긴 좋았구나.. 나의 사랑 Paris. 물론 아트스튜던트때문만은 아니다^^

중앙역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를 예약해놓고 수상버스를 타고 아르쎄날레 역으로 간다. 베네치아로 오는 야간열차를 타던 날, 우연히 빈 서역에서 다시 만난 소현과 아르쎄날레에서 만나 같이 비엔날레를 보기로 했다. 그 언니가 비엔날레를 자꾸 비엔나라고 해서 과연 이 언니가 비엔날레를 알고 가는건가 의심이 가득하다. 남들은 경치보러 일부러 돈주고도 타는 수상버스에서 아침부터 졸고 말았다. 아, 정말 너무 피곤하다. 야간열차를 타고 어제 아침에 도착해서 체크인도 못하고 바로 나와 본섬을 하루종일 돌아다녔다. 그리고 밤엔 또 미쳤다고 12시까지 맥주를, (한병이긴 했지만) 마시고 나서 오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난거다. 여행의 피로가 오늘 최고조로 축적된 것 같았다. 정말 안 졸고 이 수상버스를 120유로 어치 즐겨주리라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흑흑 이러다간 정거장도 지나칠까봐서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 바람을 쐬면서 갔다.

비엔날레는 시각영상디자인과 국가파빌리온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파빌리온 쪽으로 향했다! 소현은 분명 '사장님이 국가관은 재미없으니까 아르세날레쪽으로 가래'라고 했는데 내가 '나는 국가관 보고싶어요' 했더니 '사장님이 아르세날레는 재미없으니까 국가관보래'라고 했다. 음.... ? 사장님이 겁준 것보다 줄이 길지 않았다. 줄이란 것이 아예 없어서 하나도 기다리지조차 않았다. 그리고 곳곳에 와이파이가 됐다!! 와!! 역시 국제행사구나!!!! 유럽에서 이런 공공장소에 와이파이가 그것도 정말 무료로, 로그인도 없이 되다니!!! 제임스 스털링 파빌리온과 나무를 감싼 콘크리트 파빌리온-어느관인지 생각이 안난다ㅠㅠ- 그리고 다리 건너에 나무로 마감한 입방체의 파빌리온이 좋았다.
그리고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이 여기 있다! 산 조르조 마죠레성당을 못가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걸 여기서 보게되다니, 만약 갔다면 또 카 페사로 꼴이 날뻔 했다! 럭키! 일본관 옆에는 한국관도 있었는데 이용백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화려한 꽃들이 가득한 영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뭔가가 움직였다. 꽃으로 위장한 총을 든 군인들이었다. 아..! 생각보다 한국관도 흥미로웠고 각국 사람들이 한국관에 들어와서 좋아하고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걸 보니 뭔가 굉장히 뿌듯했다. 내작품도 아닌데 마치 내 것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해서 뿌듯함을 느끼는 작가의 기분이었다.

오늘 내가 입은 빨강 니트는 베네치아의 푸른 운하와 초록 나무들과 너무 극명한 대조를 이루어서 나는 어딜가나 무척 튀었다. 첫번째 파빌리온에서 전시되어 있는 피아노를 보고 나도 모르게 비창3악장의 첫구절을 띵동거렸는데 지켜보던 외국인이 씨익 웃는다. 수줍게 같이 웃었다. 외국인들은 아마 빨강 옷을 입은 나를 100% 중국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너무 졸렸다. 파빌리온에서 전시영상을 보고있는데 멍때리고 난리가 났다. 분명히 재미있고 너무 좋은데 나도 모르게 막 눈이 감겼다. 비엔날레고 뭐고 정말 집에 가서 쉬고싶었다. 컨디션만 좋았다면 여기저기 아주 발발거리고 돌아다녔을텐데.....ㅜㅜ 아숩다 소현 언니는 부라노섬에 간다며 먼저 떠나고, 나는 혼자 피곤함과 비엔날레의 미련 사이에서 온갖 갈등을 하다 결국 몸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가는 수상버스를 탔다. 정말 잘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는 수상버스에서 서서도 졸았기 때문에. 햇살 장난아니게 눈부시고 싱그러운 바람이 살살불고 그 경치놓은 산 조르조 마죠레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는데 나는 고개를 떨구고 다리가 풀리고 난리가 났다. 그것도 혼자서.


베네치아에선 정말 힘들다.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이제 여행의 딱 반이 지나고 돈은 벌써 떨어져 가고 마음도 지치고 엄마아빠도 보고싶고 나의 환상의 베네치아는 깨져버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꾸만 정말 이상하게 세영이 자꾸 생각나는 거다!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돌아가는 날은 까마득하고 그 동안 나를 잊어버리면 안되는데 집에도 가고싶고 무한도전도 보고싶고 미치겠다. 숙소에 도착해서 좀 자려고 하는데 상훈과 또 젤라또를 먹으러 나와버렸다. 젤라또는 로마에 가면 먹으려고 했는데 베네치아가 로마보다 싸다는 거짓 소문을 믿어버린거다.
그리고 무려 3.5유로짜리 거대한 젤라또를 결국 퍼먹었다. 아.. 너무 맛있다. 와일드베리와 아주 진한 카카오 그리고 파나코타! 베리는 그저 그랬지만 파나코타와 카카오는 아주 최고였다. 그리고 한숟가락 씩 뺏어먹은 상훈의 쿠앤크와 바닐라도 맛있었다. 이 오빠는 무조건 바닐라 아니면 쿠앤크란다. 베스킨라빈스를 가도 바닐라랑 쿠앤크밖에 안먹는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민박집 앞 젤라또 가게에서는 똑같은게 무려 2.8유로밖에 안했다. 아 젠장.. 억울하지만 그래도 내가 먹은 그 환상의 파나코타 맛이 없어, 여기는 맛이 별루일꺼야..하는 자기 위로를 하며...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삼계탕! 민박집에서는 밥은 정말 되는대로 많이 먹으려고 욕심을 낸다.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퍼서 너무 많이 펐나..싶은데 주위 사람들은 늘 왜 이렇게 조금 먹냐고 한다. 아니 원래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먹는단 말이야? 근데 왜 나보다 마른거지????????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깨끗이 다 비우고서 이제 드디어 좀 누워볼까 싶은데 상훈이 또 나가자고한다. 그래, 베네치아의 마지막밤이니 술이나 진탕 먹자. 어제는 베네치아의 첫날밤이어서 술먹었지만. 어제 갔던 그 골목으로 다시 가서 술이 좀 싼 가게..를 찾다가 어제 샀던 가게로 결국 갔는데 문을 닫아버렸다. 정말 이 골목을 이틀 동안 몇 번을 오는건지 알 수가 없다. 아까 먹은 젤라또가게는 네 번째 지나고 있다. 맥주를 종류별로 사고 감자칩을 두봉지 사들고서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헌법의 다리' 밑에 자리를 잡았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이렇게 깔끔하고 유려한 공학의 결정체 밑에서 맥주를 마시다니! 나는 감개가 무량했는데 상훈은 저런거 나도 만들겠다며 캐리어끄는 사람 생각안하고 배려없이 만들었다며 비꼬았다. 사실 이 다리가 논란이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 유리 바닥은 한 곳에서만 제작하는 특수유리라 자주 깨짐에도 불구하고 교체가 어렵고, 조인트 없이 하나의 통강철로 된 다리는 흔들림이 심해서 노약자들의 통행에 큰 불편함을 초래하는 현실.. 건축은 종합 예술이지만 순수 예술이 결코 아니다. 사용자의 편의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설계가 멋이 있고 이전에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 것은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상훈이 마드리드에서 만났다는 언니 둘과 오빠 한분도 함께 마셨다. 신기한게 마드리드에서 만나서 각자 헤어졌는데 또 베네치아에서 만난다. 나도 런던에서 만난 언니를 빈에서 만나 베네치아에 함께왔다. 만남의 도시 베네치아? 좀 쉬려고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또 늦게까지 술을 먹고 말았네. 피곤해서 맥주를 1병 반 밖에 안 먹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알딸딸하다. 세영한테 카톡이 와있다. 집에 가고 싶다고 칭얼칭얼 댔다. 으흐으흐르흐르 배실배실 카톡 대화를 세번 쯤 읽어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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