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수요일
날씨가 따뜻해지고 베란다 가드닝에 푸욱 빠져있는 요즘, 퇴근하면 둥이 밥 주고 궁디팡팡 해준 후에 베란다로 직행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오늘은 상추어린이들을 옮겨심기로 마음먹은 날.

한 화분에 옹기종기 자라있는 상추 어린이들을 각각 독립시켜 주려한다. 그러면 흙의 영양분을 서로 빼앗기는 일 없이 더 쑥쑥 클 수 있겠지!
계획은 2L 생수 페트병을 잘라 1개당 1상추를 옮겨 심어주고 베란다 바깥에 놓여있는 실외기 위로 자리를 옮기는 것! 바깥의 햇볕과 바깥의 바람을 온전히 맞으며 더욱 튼튼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
그리고 갑조네에서 구입한 모종트레이에 상추와 부추 씨앗을 추가로 직파하기로 했다. 상추와 부추씨앗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올해가 지나면 발아율이 급격히 떨어진다하여 (특히 부추) 올해 최대한 많이 심어보기로 한다.
상추, 부추 씨앗 뿌리기
인터넷에 상추 파종 시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보통 4월 중이지만 5월 중순이 되어가는 이 시기에 그냥 일단 뿌려본다.

도시농부의 삶을 꿈꾸며 구입한 모종트레이를 준비.
무려 32개의 모종을 키워낼 수 있다.

100% 분갈이용토로 트레이를 채웠다. 뿌리가 잘 뻗어나가도록 흙을 꾹꾹 눌러담지 않고 그냥 부어서 채워주는 식으로 담았다.

한 칸 당 2개의 상추씨를 뿌려줌. 자세히 보면 하얀 깨 같은게 상추씨앗이다. 강한 새싹만이 살아남는다!
모종트레이의 절반은 상추, 절반은 부추씨앗을 뿌렸다. 부추는 날씬하므로 한 칸에 6~7개 정도 마구 뿌림.

똑같은 사진 같아 보이지만 촉촉히 물을 뿌려준 상태. 씨앗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분무기로 살살 여러번 뿌려서 겉흙이 촉촉히 젖도록 했다. 이케아 분무기로 백번 분무질 하는데 진짜 팔에 닭다리근육생김. 어서 압축분무기를 사야겠다.

바깥에 놓아줄 모종 트레이 위에 혹 비둘기부부가 앉아서 씨앗을 쪼아먹거나 비둘기 발톱에 씨앗이 분실될까봐 절대 방어막을 구축했다. 다이소 네트방+케이블타이 조합 진리.

햇빛과 바람은 그대로 받으면서 비둘기의 공격은 막아낼 수 있는!! 진짜 내가 이정도 했으면 잘자라야된다 너네..

어둑해져가는 저녁, 상추와 부추 씨앗들은 바깥 실외기실에 안착.
상추 옮겨심기

모종삽으로 상추들을 화분에서 조심히 꺼내주었다. 아직 너무 여린 상추들이 총 8마리. 그래도 잔뿌리들이 꽤나 자잘하게 많이도 자랐다.

요래요래. 손가락만한 상추. 상추잎 크기 만한 잔뿌리들.

2리터 생수 페트병 6개를 준비한다. 이 날을 위해 버리지 않고 모아둔 페트병들. 상추는 8마린데 페트병은 왜 6개냐고? 본디 약한 것은 도태되는 법... 강한 모종만 옮겨심는닷

입구 부분을 칼로 잘라내 주었다. 입구가 좁아지기 시작한 부분 정도에서 잘랐다. 최대한 깊은 화분으로 만들어 흙을 반정도만 채우고 나머지는 바람과 비둘기 막이(?)로 쓰일 수 있도록.

가스불에 달군 송곳으로 물구멍도 뽕뽕 내어주었다.

첫 번째. 가장 크고 튼튼한 녀석부터 심어주었다. 마사는 물구멍에서 흙이 빠져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바닥에 잔잔히 깔아주고 거의 대부분을 기존 화분 흙으로 채워주었다.

페트병을 깊게 만들어 반만 흙을 채워서 심어주면 화분 겸 바람막이(라고 쓰고 비둘기막이라고 읽는다) 완성!
페트병이 깊어서 연약한 상추의 중심을 잡아서 흙을 채워넣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근데 나중에 상추 너무 커져버리면 어떻게 하지..?
지난번 실외기 위에 바깥햇빛 받으라고 상추화분을 꺼내두었다가 비둘기들에게 밟힘 테러를 당한 이후로 비둘기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사 오고나서부터 시작되어 아직 끝나지 않은 실외기실 비둘기와의 전쟁..

같은 방법으로 튼튼한 상추어린이 4개을 심어주니 흙이 모자라서 나머지 연약한 상추 4개는 이만 바이바이.. 한달동안 키운 상추인데 너무 아까워서 진짜 한참을 어떻게하지 고민하다 도저히 방법이 없어 결국 그들은 버려졌다.. ㅜㅜ 미안해 상츄들아

살아남은 상추 1,2,3,4

쓰러지지않도록 마스킹테이프로 돌돌 묶어 모종트레이와 함께 실외기 위에 안착.
페트병이 높게 올라와서 더이상 비둘기에 밟힐 일은 없을 것이다 우하하
마트에서 천원 주면 여러장 사먹을 수 있는 상추를 굳이굳이 키워보겠다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지에 대해서 급 의문이 드는 밤.
최남편씨는 저녁 늦게까지 베란다에서 혼자 사부작대고 있는 나를 그냥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그래 너 하고싶은대로 다 해라~ 느낌.
그래 내가 재미있으니 되었다 히히
오늘도 상추부추와 함께 좋은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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