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에 갑자기 삘이 꽂혀 라일락을 들였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교 시절까지 모두 보낸 빨간벽돌 3층집 담벼락 뒤에는 라일락이 있었다. 매년 봄 벚꽃이 지고 난 즈음이면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 뭉치들과 진한꽃향기가 집을 드나들 때마다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엄마도 라일락을 좋아했는지, 이제와 떠올려보니 옥상 화단에도 라일락나무가 있었더랬다. 옥상에 올라가서 라일락 뭉치에 코를 대고 향기를 킁킁 맡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라일락을 좋아한다.
왠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가 누구나 하나쯤은 있잖슴...? 내게는 라일락 꽃향기가 그런 향기 중 하나이다.
지난달에 들였던 라일락 향기가 베란다에 가득해 지난 추억을 떠올려보다가 엄마 생각이 났다.
옥상에 라일락이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엄마도 라일락을 좋아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대신 라일락을 드려야지 하고 라일락 모종과 화분을 추가로 구입했다.
미스김 라일락 분갈이

갑조네 모종시장에서 꼭꼭 포장되어 우리집에 도착한 라일락 두포트. 꽃이 한 뭉치씩 피어있는게 귀여웁다. 우리집으로 오는 동안 연약한 라일락 꽃들이 꽤나 떨어져서 슬프다.

분갈이 후에도 꽃을 잘 피워줘야 할텐데.

포트에서 빼보니 흙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보였다. 약간 시멘트 같은 회색빛이 나는 흙이었다. 무슨 흙인진 모르지만 왠지 기분이 안좋아서 기존 흙은 어느정도 살살 털어내주었다.

준비한 화분에 거름망과 굵은모래(마사)를 깔았다. 대립이 없어 중립으로 2센치정도 부어주었다. 라일락처럼 꽃이 피는 아이는 물을 자주 줘야 한다는데, 물을 좋아하는 아이 치고 배수 잘 안되도 괜찮은 아이는 본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식물이 배수가 잘되어야 한다.)

분갈이용토에 굵은모래를 더 섞어 물빠짐이 좋도록 해주었다. 꽃집에서 2kg 2천원에 사온 분갈이용토는 펄라이트와 마사, 바크 등이 이미 섞여있었지만 마사를 조금 더 추가해주었다.

분갈이 후 떡갈나무와 함께 물을 기다리고 있움.
화분이 하얘서 흙묻은 손으로 막 만졌더니 더러워졌다.
분갈이 몸살에 걸리지 말아야할텐데.

분갈이 이틀 후. 꽃이 조금 더 말랐다. 왜지? 왜일까.
잎은 초록초록 싱싱한데 꽃들은 조금 말랐다.
아직 어린 미스김 라일락. 미스김이라고 하기엔 아직 너무 어린 리틀걸 라일락이다. 쑥쑥 자라서 어엿한 나무 미스김 라일락씨가 되기를 :)

남은 꽃이 몇송이 안남았다... 엄마한테 드려야하는데. 힝.
분갈이 몸살을 하나 싶어 햇빛이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해주고 통풍을 위한 선풍기도 가동해주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꽃망울을에서 한 송이가 희미하게 피었다. 향기를 뿜어줘요 미스김.
미스김 라일락 키우기
미스김 라일락 키우기는 어렵지 않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고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면 무럭무럭 잘 자란다! (고 한다.) 식물을 살 때 물을 어떻게 줘야하냐고 하면 대부분 겉흙이 마르면 듬뿍 주라고 하는데, 겉흙이 마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환경에 따라 너무나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겉흙을 손으로 만져보고 개인이 판단해야 한다. 미스김 라일락은 꽃이 피는 시기에는 물을 좀 자주 줘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스김 라일락의 원산지는 바로 우리나라. 우리나라 토종 식물인 수수꽃다리가 외국에서 원예종으로 품종이 개량되어 역수입되어 온 것이 미스김 라일락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사계절을 노지에서 모두 견뎌낼 수 있는 겉은 여리지만 속은 강한 아이. 추운 겨울을 견뎌야 이듬해 봄에 꽃을 더 많이 피운다고 한다. 뭔가 한국적인 정서..? 가 느껴지는 부분.
엄마집으로 간 라일락과 우리집에 남아있는 라일락이 커가는 모습을 함께 보는 것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내 곁에서 오래오래 향기를 뿜어줘요, 미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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