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아침 햇살이 너무 좋다.
침대에서 눈을 떠서 발로 커튼을 걷어 베란다에서 아침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식물들을 본다. 그 모습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건 아님)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도 마음도 바짝 웅크려지는 하루하루. 자꾸 기분이 우울해져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마스크를 쓰고 산책길에 나섰다.
안산자락길
독립문 역에서부터 시작해 무악, 홍제 등을 거쳐 신촌, 북아현동 등을 거쳐 한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이다.
안내글은 이러하다.
"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 자락길은 노인, 어린이, 유아, 임산부, 장애인 등 보행약자도 안산에서 산림욕을 즐기며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조성된 경사가 완만한 숲길입니다. 특히, 휠체어 및 유모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무장애 숲길 구간입니다."
한 바퀴 다 돌면 총 7km를 돌게되는 자락길 코스는 안내글처럼 거의 모든 길이 완만한 경사의 나무 데크로 조성되어 있어서 어린이도, 노약자도, 심지어 하이힐을 신고도 무난하게 경치를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정말 잘 만들어진 숲길이다. 이런 좋은 산책코스를 이제야 발견하게 되다니, 날씨도 좋고 가볍고 무난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남편 하루와 손잡고 나가보았다. 가벼운 산책이었지만 오랜만에 나가는 터라 마음이 너무 설레어 어젯밤에 유부초밥 도시락까지 싸놓고 소풍가는것마냥 기대를 잔뜩 :)
안산 자락길 초입. 버스를 타고 독립문역에서 내려 한성과학고 또는 독립공원 사거리 쪽으로 걸어가면 안산자락길 표지판이 나온다. 그 길로 쭉 따라 오르막을 올라가면 독립문파크빌 아파트를 지나 요렇게 데크길이 시작되는 안산자락길 등산로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안산자락길은 한바퀴 둥글게 돌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가든 처음 위치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중간 중간에 다른 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우리는 한바퀴 다 돌고 처음 위치로 돌아올 생각. 오른쪽 파란색 길로 따라가기로 했다. 길을 가다보면 갈래길에서 화살표시가 꼭 나오는데 처음 따라갔던 색깔의 화살표를 따라가기만 한다면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온전히 한바퀴를 돌 수 있다. 독립문에서 시작해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간다면 처음부터 확 트인 북서울시내와 인왕산뷰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노란색 화살표는 북아현을 지나 신촌을 경유해 다시 독립문 쪽으로 오는 코스로, 메타세콰이어숲을 조금더 빨리 만날 수 있다.
개나리가 화창하게 핀 안산자락길 초입.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을 쌀쌀한 초봄의 날씨. 날씨는 너무 좋았지만 미세먼지가 좀 있어서 아쉬웠다. 마스크는 꼭꼭 쓰고 손으로 이것저것 만지지 않기. 그동안 괜히 우울하고 답답했는데 기분이 너무너무 좋다.
인왕산과 북서울의 탁트인 뷰. 7km를 다 돌려면 부지런히 걸어야하는데 초입부터 자꾸만 펼쳐진 서울 풍경에 발길이 멎어버린다. 인왕산도 개나리천지. 개나리바위 사이사이로 인왕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괜히 손도 한번 흔들어보고 ㅎㅎ 툭하면 남편하루와 지도로 열심히 찾아보는 미래의 우리집을 오늘은 실제 눈으로 내려다보며 또 한참 토론 ㅎㅎ 저기 저 아파트 어때? 저 단지도 좋은 것 같아~~ ㅎㅎ 우리는 과연 미래에 어디서 살고있을 것인가?
고개를 반대로 돌리면 이렇게 남산타워가 짠.
날씨가 좀 더 맑았으면 더 선명하게 보였을 텐데.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남산타워 뒤로 저 멀리 잠실타워도 볼 수 있다.
인왕산이 멋있어서 남편은 자꾸자꾸 사진을 찍는다. 역시 카메라는 눈을 한참 따라오지 못해,하고 중얼거리며. 대학교 3학년 1학기였던가, 2학기였던가. 인왕산 자락, 서촌에 자리잡은 어느 땅에 커뮤니티시설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커뮤니티시설' 이란 것은 너무도 막연해서, 결국 잘 풀어내지 못하고 한학기 내내 끙끙거리다 매스고 평면이고 뭐고 다 망해버렸던 기억. 사이트 답사만큼은 열심히 다녀서 아직도 통인동과 통인시장이 있던 그 동네는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인왕산을 보니 떠오른 뭔가 포근했던 그 동네. 그 후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그 동네도 10년의 강산이 변한 것 처럼 많이 변했겠지?
남편 하루와 종알종알 이야기를 하며 오르다보니 자락길 전망대에 다다랐다. 놀라지 마시라, 아직 반도 걷지 않았다는 사실을 ㅎㅎ 공기는 차운데 햇살을 받는 등은 따땃-한, 마치 노천탕 같은 낯설고 따뜻한 기분을 느끼며 걷는다는 건 정말 기분좋은 일이었다. 나는 들떠서 쉴새없이 종알거렸는데, 그걸 또 꼬박꼬박 다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의견을 말해주는 나의 평생친구 남편친구.
전망대에서 아직도 보이는 인왕산을 바라보며 집에서 내려온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크ㅡ 쥑이네. 이 맛이지. 보온병이 없어서 평소보다 물을 좀 적게하고 얼음을 많이 넣어왔더니 얼음이 적당히 녹아 완전 딱인 그런 맛. 역시 뭐든 밖에서 먹는게 젤 맛잇어 :)
엊그제 스타벅스에서 새로운 원두를 사보았는데 평소 먹던 하우스블렌드 미디엄로스트보다 더 맛잇는것 같음! 에스프레소 다크로스트인데 확실히 미디엄로스트보다 더 다크한 맛임 ㅎㅎ
아.아의 힘으로 다시 열심히 걷다보니 데크길이 잠시 끝나고 벚꽃이 만개한 넓은 길로 들어섰다. 잡고있는 남편의 손이 따뜻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과 벚꽃을 올려다보며, 잡은 남편의 손에 의지해 하염없이 걷는다. 이런게 행복인가 싶다. 아, 좋은 인생이다 하고 소리내어 말했다. 그는 좋은 인생이다ㅡ 하고 메아리 해 주었다.
어느 새 접어든 메타세콰이어길. 아직 날씨가 충분히 따뜻하지 않아 푸르른 잎은 없지만 쭉쭉뻗은 나무가 시원시원하다. 이제 반 조금 넘게 왔다.
바람이 불면 길고 곧은 메타세콰이어 기둥이 하늘하늘 흔들린다. 그 풍경을 보는 것도 장관이다. 아, 사진에는 이 숲의 깊이감을 담을 수 없어, 하고 탄식하며 어떻게든 조금 더 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 ㅎㅎ.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느끼고가자! 길은 거의 아주 완만한 데크로 깔려있어서 걷기 매우 좋았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도 쉬이 걸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바퀴 다 돌기엔 힘드실 수도 있지만, 한시간 정도는 충분히 서울 경치와 이 봄을 느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걸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자그마한 산의 한 바퀴를 다 도는 코스여서 탁 트인 서울 경치가 보이다가도, 작은 언덕길 같은 느낌도 나고, 또 어느새 깊은 숲 같다가도 동네 뒷산 같은 친근한 풍경이 나와 짧은 코스임에도 다양한 매력이 있다.
메타세콰이어 숲을 지나 나오는 '숲속 무대'라고 칭하는 작은 만남의 광장에서 소박한 도시락을 꺼냈다. 어젯밤에 신나서 만든 유부초밥. 히히
네모 유부초밥을 사보았는데 세모유부초밥보다 유부의 비율이 커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어제 밥이 꼬들하게 안되어서 약간 실망했었는데 상할까봐 냉장고에 넣어놓았더니 밥이 너무 꼬들해져서 하루는 대성공이라고 ㅎㅎㅎ 어쨌든 맛있게 먹으면 됐지 머
우리는 간단히 요기만 했는데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들께서는 무려 비빔국수를 손으로 슥슥 비비고 계셨음. 오ㅏ 대박 진짜 맛있어보였다 ㅜㅜ 어깨너머로 들린 말에 의하면 골뱅이도 넣고 소라도 넣으셨다고 함.... 국수를 어떻게 싸오신거지? 삶아서 가져오셨나? 면이 불지 않나??? 그 비법에 대해 토론하며... 오늘 저녁은 비빔국수다 하며 소박한 우리의 도시락을 먹었다.
산책 나오신 분들이 꽤 있었다. 숲속 광장 입구에는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어서 구청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꽤 있어서 우리도 오래 앉아있지 않고 도시락만 클리어 한 후 앉은 자리를 물티슈로 싹싹 닦고 일어섰다.
배도 든든하고 다시 걷다가 발견한 보라색 꽃.
'생사초입니다! 생사초를 발견했사옵니다!'
하루가 웃었다. 헤헤 성공!
다시 꽤 걷다가 거의 다 와서 갈림길을 만난 우리는 갑자기 코스를 이탈했다. 이 샛길로 내려가면 우리집에서 좀 더 가까운 북아현동 쪽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빔국수에 멘탈이 흔들린 우리는 어서 마트에 가서 골뱅이랑 오이를 사고싶었다ㅎㅎㅎ. 비빔국수우우우+_+ 그렇게 코스를 이탈하니 끝나버린 데크.. 그리고 좁고 가파른 흙경사길..
이 길은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샛길.. 무릎이 아파왔다. 나는 무릎이 안좋아서 산을 오를 때는 괜찮지만 내려갈 때는 금방 무릎이 아프다. 반장님들께서 토요일에도 데크공사를 하고 계셨다. 이 길도 곧 편한 데크가 깔리겠군. 우리를 위해 수고가 많으신 분들. 감사합니다.
공사중인 데크 옆길로 조심조심 내려가는 길. 이 길로 왜 온 것이야 ㅜㅜ 하지만 오래지 않아 북아현동으로 내려왔다. 더 가까운 곳으로 내려왔다며 의기양양한 하루.
그리고 오늘 저녁은 비빔국수+대패삼겹살 ㅎㅎ
소면 삶아서 상추랑 오이랑 골뱅이 잔뜩 넣고 팔도비빔장 넣고 참기름+깨 뿌려서 쓱쓱 ㅡ
사진은 맛있게 안 나왔지만 진짜 맛있게 먹음. 하루가 바싹 구운 대패삼겹살은 아주 바삭바삭하여 마치 베이컨 같았다 ^^^^ 버드와이저는 나의 몫 헤헤.
오랜만에 산책을 하고나니 모든 것이 꿀맛이었다. 또 오랜만에 산책을 하고나니 체력이 거지인 나는 낮잠에 곯아떨어졌다가 밤에도 10시부터 꾸벅꾸벅ㅡ
안산자락길 너무 좋았다. 다음달에도 또 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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