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1 스물셋,혼자떠난 유럽배낭여행일기

@1026_유럽여행36, 스페인 마드리드(마욜광장, 푸에르타 델 솔, 성 페르난도 뮤지엄, 시내 하릴없이 걷기)

모나:) 2018. 4. 19. 17:43

 

 

10.26

 

 

 


호스텔의 아침식사 시간은 8시부터 10시 반. 아무리 더 자고 싶어도 이 시간에는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적어도 숙박비에 포함되는 공짜 아침을 먹을거라면! 씨리얼에 식빵, 커피지만 나에겐 너무너무 풍족하고 감사한 아침.
오늘은 딱히 해야 할 일정이 정말 없어서 아침부터 어딜 갈지 고민에 빠졌다. 이런 행복한 고민이라니. 그래서 수요일마다 무료라는, 예정에도 없던 성 페르난도 뮤지엄을 굳이 넣어가며 시내구경 루트를 짰다. 마욜광장에서 시작해서 스페인 거리측정의 기준점이라는 푸에르타 델 솔을 지나 그랑비아를 거쳐 어쨌든 근처를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호스텔을 나섰는데 타박타박 걸은지 정말 삼십분도 안되서 마욜광장과 푸에르타 델 솔을 지났다. 호스텔 위치가 너무 좋아서 탈이다. 좀 진득하니 여유있게 생각도 좀 하며 걷고도 싶은데, 마드리드의 시내는 작아서 너무 코앞에 다 붙어있으니 걸을 맛이 안 난다. 그리고 마드리드는 어떻게 된게 그 흔한 까르푸하나 보이질 않는건지! 난 푸아르타 델 솔 근처에는 반드시 까르푸가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내 점심과 저녁을 책임져 줄 까르푸는 보이질 않는다ㅠㅠ 배가 고파온다.

성 페르난도 뮤지엄엘 갔다. 수요일인 오늘은 무려 admission free. 그런데! 가이드북도 몰랐던 치명적인 사실이 있었다. 수요일은 무료입장이지만 다른날과 다르게 Open이 단지 2시까지였던 거다. 이미 문을 닫았다ㅠㅠ(단지 호스텔을 나와 걷기만 했는데 벌써 2시가 넘었다는 것은 함정.. 게으름을 되찾은 내자신) 대신에 내일 메트로티켓을 가져오면 무료입장을 할 수 있다며, 문 앞에서 속상해하는 나를 보며 친절한 직원분은 말해주셨다. 이 아담한 마드리드에서 과연 내가 메트로를 탈 것인가... 바르셀로나에서도 거의 안 탄 메트로를! 어쨌든 그건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미술관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 진짜. 할거. 없다. 피카소가 있는 레나 소피아는 토요일에 여유있게 갈거고 프라도 미술관은 내일 6시 이후에 무료입장이 되기 때문에 지금은 할게 없다. 없다, 정말 할게 없다. 아무리 여행 마지막이고 난 피곤하니까 마드리드를 좀 여유있게 잡았는데, 여유있게 잡은 일정에 베네치아랑 로마를 빨리 돌아서 하루 일찍 마드리드에 도착하고 말았다. 이건 여유도 아니고 거의 트레블잉여수준이다. 아, 그래도 스페인에서 부리는 이런 여유라니! 행복하다. 
아무 목적지도 없이, 지도도 없이, 시계도 없이, 카메라도 없이, 그저 하릴없이 이 눈부신 마드리드를 돌아다녔다. 그냥 되는대로, 발길 닿는데로 막 걸었다. 사실 어딜 딱히 가야하는 것보다 그냥 정처없이 이길 저길 쏘다니며 건물 구경,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참 재미있다. 어차피 걷다보면 토요일에 갈 레나 소피아도 나오고, 내일 방문할 프라도도 나타나고 그랑비아도 보이고, 마욜광장도 다 나온다.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보다 좁다. 시내에 다닥다닥 다 붙어있어서 메트로티켓은 끊을 필요도 없다. 스페인의 유명한 SPA브랜드인 자라나 망고나 에이치엔엠은 조금 큰 길이다 싶으면 반드시 있다. 오늘 거리를 다니는 동안 망고는 3개, 자라도 3개 에이치엔엠은 2개나 본 것 같다. 망고에서 니트원피스를 하나 샀다. 한국에 돌아가면 올 겨울은 이게 날 책임져줄거다.

위치가 매우 좋은 호스텔의 내 방은 Female domitory room. 빈에서도 여자 도미토리에 묵었었지만 아무도 체크인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마지막 도시인 마드리드에서 처음으로 다른 여자들(만)이 있는 도미토리에서 잠을 잔다! 나는 그동안 호스텔에선 거의 믹스룸에서만 묵었기 때문에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많은 환경에서 지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믹스룸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로마 호스텔에서 겪은 그 여자아이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자애들이 오히려 나처럼 더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샤워도 오래해서 아침저녁으로 샤워실도 오래 기다려야 되니까 방을 같이 쓰면 더 피곤할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여자애들 완전 착행.. 배려심 가득가득.. 

물론 그 로마호스텔에서의 여자아이들처럼 밤마다 나가긴 하지만 정말 조용히 나가고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르게 살금 들어와서 아침에 내가 일어나보면 다들 자고있다.  내 윗침대에는 또다른 미국인 여자애가 자는데, 분위기가 미드에 나오는 푸근한 미국 아주머니? 같이 처음 만나는데도 왠지 모를 정겨움마저 들었다. 아메리칸걸에 대한 나의 편견을 또 깨어준 아이.. 시애틀 근처의 시골에서 왔다고 했다. 푸근푸근사근사근. 근데 이렇게 적고 있으니 나는 참 편견이 많은 편협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여행은 이렇게 나의 편견을 깨고 더 넓은 것과 다양한 것을 알게 한다. 근데 지금 깨달은 사실, 지금 미국애들끼리 얘기하는 걸 듣고있자니 아까 나랑 얘기할 때랑 다르게 말하는 속도 왜이렇게 LTE 급..? 나 잘 알아들으라고 정말 아주 쉬운 영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배려심 가득가득. 거진 내용은 분명 아까 나와 나눴던 대화와 비슷한 내용같은데 -미국에서 어떤 일했고 무슨 여행 하고 있고 이런 내용- 말 진짜 빠르고 막 슬랭같은거 엄청.. 옆에서 앉아 듣고있는데 거의 반은 못 알아 듣고 있다. 오... 난 아까 내가 막 너무 잘 알아들어서 오오뿌듯뿌듯대견대견했는데 얘가 착해서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준거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그러치.

내일은 내가 기대하는 헤르조그 앤 드뫼론이 설계한 까익사포럼과 프라도 미술관! 기다려요, 카라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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