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8 기타큐슈+후쿠오카

[후쿠오카 혼행일기] @171219, 후쿠오카. 너없이 오는게 아니었어 (캐널시티, 요시즈카우나기야, 텐진 크리스마스마켓)

모나:) 2020. 1. 30. 16:14

 

 

 

 

 

" 어느새, 그러나 여전히 "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작은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풀지도 않은 채

온기가 없어 차가운 침대에 웅크려 잠이 들었다.

무리한 일정이라고는 커녕 거의 아무것도 하질 않고 있는데 당최 왜 이렇게 피곤한건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와서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새로운 기쁨을 느꼈다.

나의 지난 근 4년간의 여행들은 모두 바쁜 직장생활 와중에

소중한 연차를 눈치껏 내어 비행시간 빠듯하게 다녀온,

여느 직장인들의 소중하디 소중한 휴가였다.

일분 일초가 아쉬웠고, 비행시간조차 아까웠으며,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오롯이 느끼고 싶었고 귀국 다음날이 늘 출근이었던.

점심시간에 빨리 밥먹고 잠깐 눈 붙일때 꾸곤했던 그런 짧은 단꿈같았던 여행들.

그런 휴가성 여행들과 지금은 성격부터 다르다.

오늘도, 내일도 귀국 후에도 해야만 하는 의무가 없는 여행.

'의무가 없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자유일 수 있지만

뭔지모를 공허함이 깔려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있다. 이 공허함은 뭘까.

어느새 깜깜해진 창밖을 보며 일부러 근처로 잡은

후쿠오카의 최대 쇼핑몰인 캐널시티로 저녁산책을 나가본다.

 

 

 

 

 

 

숙소로 잡은 스튜디오에서 캐널시티까지는 걸어서 5분도 안되었다.

무려 침대 옆 창문에서 캐널시티의 뒷모습이 가까이 보일 정도였으니.

11월에 난방시설이 없는 좁은 방이었지만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카스 강변을 따라 후쿠오카의 첫 저녁풍경을 본다. 기타큐슈와는 다른 대도시의 느낌이다.

 

 

 

 

캐널시티

 

 

 

 

 

캐널시티는 화려하다. 면세도 되고 한국에서 거진 2시간 반 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이니

쇼핑하기 참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이른 저녁시간이지만 겨울 해는 이미 져버리고 밤이 되어버렸다.

캐널시티에서 무인양품 정도를 둘러보고 나왔다.

도쿄의 무인양품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한국에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잠옷을 살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 텍스리펀 받을 여권을 가져오지 않은 걸 깨닫고 내려놓았다.

쇼핑할 줄 모르는 인간이여-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성욱이 추천해준 장어덮밥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후쿠오카에서 단 한가지를 먹어야한다면 장어덮밥을 꼭 먹어야한다며.

지도까지 보내주며 신신당부했던 그 집이었다.

이번만큼은 여기선 이걸 꼭 먹어야해, 이걸 꼭 사야해 따위의 말은 결코 따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성욱의 말에 넘어가버렸다.

 

사실 '와 진짜 먹어보고싶다' 거나, '아 기대돼'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음 뭐랄까. 열심히 추천해준 데에 대한 성의표시 라고 할까.

후쿠오카까지 가서 그것도 안먹고 뭐했어, 등등의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는게 싫었달까.

어쨌든 딱히 먹고싶은 것도 없었으므로.

후쿠오카 장어덮밥으로 네이버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그 곳.

 

요시즈카 우나기야.

 

 

 

 

 

 

후쿠오카 장어덮밥, 요시즈카 우나기야

 

 

 

 

 

 

 

후쿠오카 장어덮밥집 요시즈카 우나기야 외관

 

 

의례 갔었던 일본의 식당들 처럼 소박한 가게를 기대했는데

왠걸, 대규모의 건물을 통채로 하고있는 큰 식당이었다.

 

여길, 나 혼자 가라고?

어쨌든, 가서 먹고 왔습니다.

나 처럼 혼자 온 한국인 남자와 벽을 보고 앉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왠지 여느 여행객처럼 나오자마자 사진부터 찍고 먹고싶지 않아서 그냥 먹다가,

그래도 이렇게 알려줘서 잘 먹었다고 성욱에게 알려주어야 억울함(?)이 풀릴것 같아서

먹다말고 한장 찍었다.

 

 

요시즈카 우나기야 장어덮밥

 

 

 

 

 

 

너무 먹고있는 사진이라 죄송.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비싼 편이었고. 맛은 음. 내 기준으로는 평이한 장어덮밥이었다.

장어를 엄청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장어에 대한 나의 입맛을 바꾸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장어덮밥이라니! 는 결코 아니었음.

이게 왜 후쿠오카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일까?

나는 다음날 먹었던 라멘이랑 우치노타마고의 간장계란밥이 훨훨씬 맛있었다.

(개인적인 입맛 기준임)

 

일본사람들에게도 인기있는 곳인지 좌석은 내가 먹고나올때까지도 만석이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일본 남성 두명이 사시미를 가운데 놓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가족단위의 테이블도 많이보였다.

성욱아, 너에겐 맛있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냥 그랬어.

 

먹다보니 느끼해서 맥주가 너무 먹고싶었어.

 

 

 

그래서 먹었다! 텐진으로 가는 길거리에서 아사히 한캔.

 

 

하카타 역 맞은편 나카스 강변에 잠시 앉아

후쿠오카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그 장어덮밥에 대해 생각했다.

이 아사히를 이렇게 맛있게 해주려고 너는 존재했니...?

 

쌀쌀한 강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혹 장어덮밥을 드시려는 분이 있다면 꼭 나마비루를 시키시길 바랍니다.

그럼 더 맛있을것 같아요 ..!

 

 

 

 

 

 

 

나카스 강가의 좁고 긴, 작은 건물들. 청계천변이 떠오른다.

 

 

 

 

 

 

 

아사히를 다 마시고, 하카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텐진으로 간다.

 

 

 

 

 

 


2017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

 

 

 

 

이 곳은 절대,

혼자 와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텐진의 크리스마스 마켓.

 

 

 

 

 

 

오늘은 사실 이 곳에만 다녀와보면 다른 건 다 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8년 전, 뒤셀도르프 전망대에서 혼자 반짝이는 야경을 내려다 보던 그 때의 그 느낌,

그 외로움이 다시 떠올랐다.

 

이렇게 모두가 행복행복한 곳에는 너없이 나 혼자만 왔으면 안됐다.

심지어 곧 크리스마스인데. 또르르

반짝이는 불빛과 맛있는 음식, 시원한 맥주, 웃음들, 행복한 사람들,

앙증맞고 예쁜 크리스마스소품들, 활기찬 라이브공연.

 

 

그냥 이게 다였다.

 

 

 

 

텐진 크리스마스마켓 2017

 

 

 

듣기좋은 라이브공연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캔들홀더

 

 

 

 

 

 

며칠 안되는 짧은 여행에도 하루가 보고싶다.

내 남자친구 하루. 너 없이 내가 여길 왜 왔을까. 이럴줄 알면서도 ㅠㅠ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돌아왔다.

난방이 안되는 숙소로 돌아와 다시 온기가 사라진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자꾸자꾸 가라앉기만 하는 이 여행.

왜 홀가분하지가 않을까.

 

 

 

 

아,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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