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기타큐슈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오고있다.
겨울비라니, 어쩐지 가라앉은 이 기분을 싹 씻어내 주면 좋겠다.
기타큐슈에서도 서울에서와 똑같은 비냄새가 난다.
어제 어쩐지 피곤했던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조식시간이 결코 이르지 않음에도, 부랴부랴 세수만 하고 로비로 내려갔다.
오늘 기타큐슈에서의 일정은
탄가시장 - 고쿠라성 - 점심(쇼군스시) - 신칸센을 타고 후쿠오카로 이동 !
아크블루 호텔의 조식,
고슬고슬한 밥과 커리, 시리얼과 샌드위치, 음료가 제공된다.
샌드위치의 재료는 뷔페식으로 넣고 싶은 재료를 마음껏 넣어 만들어 먹는다.
여러가지 샐러드와 야채, 햄과 치즈, 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카운터에서 접시와 빵을 받아서 샌드위치 속을 채운다.
속재료를 양껏 다 넣고 싶은데 빵은 한개만 준다.
야채와 튜나, 올리브 등을 조금씩 얹어보았다.
약간 정체성을 잃은 샌드위치 같았지만... 맛은 있다 ㅎㅎ 커리는 안먹고 샌드위치만 하나 먹었다.
2층 공용 키친에서 내려다 본 로비.
기타큐슈의 아침해가 전면 유리를 통해 환하게 들어온다.
조식을 늦게 먹으러 간 탓에 다 먹자마자 재료들은 치워져버렸다.
아크블루 호텔 외관.
흰색 벽과 청량한 파란색의 간판, 내부의 노란색 불빛이 따뜻하게 스며나와 따뜻한 느낌이다.
아크블루호스텔의 체크아웃시간은 오전 10시.
11시로 잘못 알아서 1시간의 추가비용을 냈다... 후
아니 무슨 체크아웃이 10시야? 너무 이른거 아님?? ㅠㅠ 방값이 4만원인데 1만원이 추가비용으로..
기분이 안좋았다. 훙..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로비에 맡겨놓고 기타큐슈를 둘러보러 길을 나선다.
어제 도착했지만 오늘 떠나야한다. 왠지 아쉽다. 이 소소한 도시의 첫인상이 참 좋았는데.
탄가 시장
세븐일레븐에서 투명우산을 하나 사들고 고쿠라역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골목 사이로 탄가시장의 간판이 보인다.
서울의 옛 시장 모습을 닮은 탄가시장 입구.
예전에는 서울에도 녹슨 간판을 단 전통시장들이 많이 있었는데.
광장시장도, 통인시장도 이제 거의 대부분 현대화가 되어서 예전의 모습은 볼수 없게 되었다.
좋은거 같기도 하고 안 좋은것 같기도 하다.
시장만의 모습이 사라져서 아쉬운 마음도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마트가 길에 길게 늘어선 것과 다를게 없는 것도 같고.
탄가시장은 최근 우리나라 시장처럼 현대화되진 않았지만 지붕 정도는 덮여 있어
밖은 비가 오지만 우산없이 걸을 수 있었다.
탄가 시장을 걷다보니 어릴적 종종 엄마 손을 잡고 졸래졸래 따라나선 동네 시장이 생각났다.
강서구 방화동의 방신시장.
엄마는 시장에서 생선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과일은 무거워서 조금만 샀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땐 동네 맛집이었던 시장 안 떡볶이집을 단짝친구와 아지트처럼 드나들었고,
조금 커서는 시장 근처 지나갈 일 있을 때 왕만두를 2천원 어치 사들고 들어가면
그날 오후에 출출해질 즈음 다섯 가족이 모여앉아 하나씩 나눠먹었던 기억.
엄마는 이제 시장 대신 차를 끌고 마트를 가신다.
수도권으로 이사를 한 나는 동네에 시장이 없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시장을 갈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시장은 꼭 가보게 된다.
대학당.
여기가 탄가시장에서 유명한 밥집이라는데.
당최 어떻게 먹는 시스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일어를 좀 배워야겠어.
정규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나는 제2외국어를 하지 않아서인지
(라고 핑계, 친구들은 그래도 히라가나정도는 다 읽던데 ㅡ) 한글자도 읽을 수가 없다...ㅠㅠ
밥을 사면? 이것저것 올려 먹을 수 있는 덮밥..? 집이라는데.....
직장인 같아 보이는 사람들 여럿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추억을 불러일으킨 탄가시장 탐방 끄읏 ㅡ
친구랑 왔다면 고로케나 어묵 하나정도 사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조식을 금방 먹기도 했고, 길에서 혼자 먹는것 싫어서.......
고쿠라 산책
겨울비는 아직도 부슬부슬.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춥다.
어제부터 코트에 목도리도 했지만 겨울바람에 잔뜩 웅크리고 다녔더니 어깨가 결리는 듯 하다.
편의점에서 산 투명 우산 속 고쿠라 성.
오사카 성이랑 닮았다.
비가 와서 더 운치있어 보이는 고쿠라성.
날씨가 맑을 때의 고쿠라성도 보고싶은 기분이다.
삼각형의 작은 합각이 건축물의 옆면에도 있는 것이 꽤나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팔작지붕은 우리나라 팔작지붕과 그 비율에 있어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팔작지붕은 처마 부분이 좀더 날개처럼 날렵하게 퍼진 반면,
일본의 팔작지붕은 합각부분이 높고 크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물을 보면 지붕의 비율이 눈에 띈다.
고쿠라 성 내부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도 이것저것 볼게 많다고 하는데,
오후에 후쿠오카로 가야하는 나는 내부에 들어가진 않고 고쿠라성이 있는 가쓰야마 공원을 천천히 산책했다. 고쿠라성 옆에는 해저사이드로 리버워크가 서 있다.
리버워크의 저 파사드 컬러 선택의 이유를 한참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쿠라 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파사드가 어떤 재료이면 어울릴까? 그런 생각을 했다.
리버워크 내부의 크리스마스 트리 -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구나.
어느 새 비가 그치고 날이 개고 있다.
해저 위를 지나는 다리를 건넜다.
다시 아크블루 호텔로 가서 짐을 찾아 후쿠오카로 가는 신칸센을 타야한다.
강이든, 바다든, 호수든 펼쳐진 물을 보면 마음이 탁 트이고 어쩐지 고요한 기분이 든다.
인간은 육지에 살아서 물에 대한 동경이 있는 걸까? 쓸데없는 생각을 이런저런 하면서-
다리 위에 서서 비냄새가 나는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쇼군스시바가 눈에 띄어 점심을 먹기로 결정 !
역시 일본에서는 스시는 꼭 먹어줘야한다.
가게 내부에는 나까지 모두 혼자 온 손님들이었다.
우동 같은 것을 드시는 여자분, 천천히 스시를 한점씩 드시는 할머니. 일상적인 풍경.
이렇게 아무렇게나 길을 돌아다니다가 맛집을 찾는 것은 꽤나 소소한 즐거움이다.
가장 기본세트를 하나 시켰다.
연어아보카도 마끼, 연어, 계란스시, 이름모를 생선스시..와 빠질 수 없는 나마비루
맨 왼쪽에 연어 아보카도 마끼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시켜먹었다. 짱맛짱맛
아보카도와 연어에 마요네즈소스가 가미된,
별것 아닌데 되게 맛있어 흑흑
달달한 계란스시.
전반적으로 저렴하고 다 맛있었다. 고쿠라맛집으로 인정. 쇼군스시 짱짱
Fukuoka, Hakata
고쿠라역에서 JR신칸센을 타고 하카타역으로 간다.
신칸센은 2000엔으로 매우 비쌌다.
나는 한 2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15분 만에 뿅 도착.
엥?
사실 신칸센을 처음 타봐서 뭔지도 몰랐다. 그냥 새마을호 같은 기차려니 했는데
ktx같은 거였나보다. 짱빠름.
하카타역 도착입니다.
하카타 역 너무 넓어서 메인 출구 찾는데에 한참 걸었다.
출구를 찾아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붐비는 빵집이 있어서...
갑자기 나도 줄을 서 보았다.
줄서있는 빵집은 뭔지 몰라도 걍 줄 서는거다.
크로와상 맛집인지, 사람들이 크로와상을 기계적으로 주문하고 있었다.
나는 초코 2개, 기본 2개를 샀다. 냄새 넘나 매력적인거...!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 !
왼쪽 사람들 붐빈 곳이 크로와상 사는 곳-
다른 빵 사고싶으면 오른쪽 창구를 이용하면 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하카타에서 유명한 빵집이었다.
일포르노 델 미뇽- 크로와상 꼭 사야한다는 그곳.
하카타역을 나오니 저녁에 왠지 예쁠것 같은 ! 크리스마스 분위기.
옆에는 OIOI도 눈에 띈다.
도쿄 갔을 때 저기서 쇼핑했었는데 -. 기억이 새록새록.
이번 숙소는 에어비앤비다.
방 찾는데에 오래 걸렸다.
워낙 길치이기도 하고, 하카타역이 5거리라서 어느쪽 길로 가야되는지 엄청 헷갈렸다.
이쪽 길로 갔다가 지도를 아무리 봐도 아니어서 다시 캐리어를 끌고 돌아서 다른쪽 길로 가느라고,
원래는 10분 걸릴 거리를 30분동안 헤맸다.
방은 3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옆 건물 3층을 캐리어들고 낑낑 올라가서 애먼 방에서 문 안열려서 당황당황.
알고보니 그 옆건물이었고 -
암튼 이래저래 고생해서 들어간
캐널시티가 보이는,
작고 아담한 방.
겨울인데 방에 난방시스템이 없어서 밤에 좀 추웠다-.
이틀동안 머물 내 방.
아 피곤해 - 오후 4시. 일단 좀 누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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