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에 살면서 작년 여름에는 왜 이 곳엘 안가본 것인지..? 말로만 들어왔던, 차마 가봐야지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 평양냉면 맛집을 올해는 여름이 성큼 오기전에 한발짝 먼저 다녀와보았다.
공덕 을밀대 본점
갑자기 날씨가 훅 푹해진 날이었다.
청바지에 얇은 긴팔 니트를 입었는데 집 밖을 나와 좀 걷자마자 더워졌다. 남편과 걸을때면 늘 꼭 잡고있는 손을,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새끼손가락만 걸고 나란히 걸었다. 을밀대로 가는 길! 냉면을 좋아하는 남편이 오늘 점심으로 어제부터 정해놓았던 을밀대. 집에서 슬슬 걸어가도 10분. 올해의 첫 냉면을 먹기에 기가 막힌 날씨다.
12시 40분 쯤이었는데, 줄이 이만큼..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냉면을 찾은 사람들이 늘어난건지, 이 곳은 원래 이렇게 줄이 늘어서는 집인지 잘 모르겠다. 근처 살면서 이쪽 길로 한번도 안 와본 사람으로써.. 깜짝 놀랐다 ㅎㅎ 우리 오늘 먹을 수 있는고야..?
다른 가게에 방해가 되지 않게 골목 안쪽으로 줄을 섰다. 우리가 줄을 서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뒤로도 줄이 나라비로 늘어섰다. 와우. 겉으로 봤을 땐 허름하고 작은 냉면집 같았는데, 알고보니 확장을 많이하여 건물 하나가 다 을밀대였고, 골목을 끼고있는 옆 건물도 을밀대였다. 2층도 있고 뒷방도 있고 옆건물에서도 먹을 수 있었다. (다만 꽉 차 있을 뿐..)
줄은 생각보다 금방 빠졌다. 냉면이 후루룩 하고 금방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했고, 속속들이 자리가 많아서 자리가 금방금방 나는 이유이기도 했다. 기다리는 골목 풍경이 어쩐지 고즈넉했다.
언제부터 있던 간판인지 모를, 굉장히 레트로한 아우라를 뿜는 평양냉면 간판. 겨울에도 하고 면을 직접눌러 뽑는다고 합니다. 아주 오래된, 촌스러운 이 뷰가 어쩐지 힙해보이는 건 레트로가 유행이어서일까? ㅎㅎ 기분이 좋아서였을까? 같은 을밀대인 옆 건물에서 노릇노릇 녹두전 굽는 냄새가 너무 구수해서였을까..?
* 을밀대 주차팁
주차팁을 말해보자면, 길이 좁고 주차공간이 없고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으니 차를 안가져오는 것이 베스트이다. 어쩔수 없이 차를 가지고오게 되었다면, 아래 사진과 같이 근처 한진빌딩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또는 공덕역 방향으로 가서 동도중학교 안 gs 타임스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20분 정도 기다려서 1층 홀로 입성. 뚜둥 :)
메뉴는 아주 간단하다.
대표메뉴는 물냉면 녹두전 비빔냉면 수육.
남편과 나는 평양냉면 허접이므로 일단 물냉면을 2개 시켜보기로 한다. 녹두전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느꼈다시피 물냉면 가격이 상당하므로.. 맛있어서 또 오게 된다면 녹두전은 그때 먹어보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간단한 기본 세팅. 무절임, 겨자, 따뜻한 고기육수.
녹두전을 시키면 김치를 주시는 것 같았다. 녹두전을 시키지 않아도 김치를 달라고 하시면 주신다.
날이 더워서 뜨거운 육수는 어쩐지 내키지가 않았다.
냉면은 금방 나왔다.
오,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육수에 얇은 고기, 오이, 무와 계란, 배 한조각이 올려져 있다. 일단 육수를 한모금 해보니 시원한 고기 육수 맛이 났다. 오오.
처음 면을 한 젓가락 후룩 했을 때는 음? 싶었다. 무슨 맛이지? 밍숭밍숭 슴슴한 맛. 그러다 두 젓가락, 세 젓가락 먹다보니 깨닫게 되는 깊고 시원한 맛. 오, 대박인데? 이 느낌은 남편 하루도 똑같이 느꼈다. 첫 젓가락에서는 잘 모르겠는데 먹다보니 맛있고 음미하면서 빠져들어 먹다보니 결국 완냉 했다는 이야기.
면도 일반 냉면의 얇디얇은 면이 아니라 쫄깃하고 탱탱해서 오물오물 씹어먹다보면 고소한 맛이 났다.
깔끔하게 완냉 했구요ㅡ (냉면 담기 전 그릇 아님 주의)
예전에 하루랑 을지로 어딘가에서 평양냉면 맛집이라하여 먹었던 곳에서는 약간 채소 베이스의 육수 맛이어서(약간 슴슴한 동치미 국물 같은?) 어쩐지 모르게 너무 밍밍하여 그동안 평양냉면을 멀리해왔었는데, 을밀대의 고기육수는 그야말로 👍였다. (역시 고기가 진리여?!)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냉면 본연의 맛을 느끼며 반 정도 먹다가 후추를 살짝 뿌려 먹으니 육수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 나머지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
단, 처음부터 후추를 뿌리면 평양냉면의 그 슴슴한 매력을 못 느낄 수 있으니 반 정도 먹다가 살짝만 뿌려 먹는 것을 추천!
원래 나는 새콤한 물냉면을 먹을 땐 계란 노른자를 육수에 잘게 풀어서 먹는 걸 선호하는데 을밀대의 이 냉면은 육수의 맛을 헤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그래서 계란 노른자는 적당한 타이밍에 입에 쏘옥 먹고 육수 한모금 크 했더니 꿀맛.
마지막에 올려진 배는 엄청 달달했다. 전체적으로 슴슴한 맛이어서 배가 더 달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시원하게 완냉 하고서 처음 나왔던 따뜻한 육수로 입가심하니 세상 천국이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있던 입맛이 싸악 헹궈지는 느낌이었달까..?
올해의 첫 냉면으로 아주 성공적이었다. 남편 칭찬해 :)
이제 나도 평양냉면 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부터 을밀대는 우리가 우리 나름대로 평가하는 평냉 맛의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 ㅎㅎ 평양냉면 고수의 길을 향하여 ㅎㅎ
오늘도 좋은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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