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1 스물셋,혼자떠난 유럽배낭여행일기

@1008_유럽여행20, 베네치아 (카 페사로, 프라리 성당, 산 마르코 광장, 산 마르코 성당, 두칼레 궁전, 젤라또)

모나:) 2018. 3. 30. 14:39

10.08

 

 

아침 8시 40분. 나는 빈에서 12시간 동안 야간열차를 타고 온 피곤한 몸이란 말이다.
이 피곤한 몸을 어서 고이받들어 모셔줬으면 좋겠는데, 매정한 민박은 3시 이후에 체크인이다. 그 말인 즉슨, 나는 어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와 쿤스트 하우스 빈과 제체시온을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빨빨대고 돌아다닌 후, 12시간을 기차를 타고 반코마상태로 왔는데, 또 씻지도 쉬지도 못하고 바로 베네치아 관광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 다리는 설계실에 앉아서 밤샌 날보다 부어 있었고 눈은 퀭할대로 퀭해서 다크서클이 광대를 타고 내려오고 있는 걸 보고도 민박집 사장님은 나에게 침대를 주지 않았다. 흑흑.. 민박집 사장님은 침대는 안 주셨지만 아직 반코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나를 식탁에 앉혀놓고 베네치아 지도를 펴서 갑자기 관광안내를 해주시기 시작했다. 어디서 몇번 버스를 타면 어디를 가고 부라노 섬에서는 이걸 사, 여기선 사지말고 저기서 사, 여기 뒤로 가면 마트가 있어 어쩌구 저쩌구. 난 또 이런 설명해주면 집중력 폭발하는 애라 그 피곤한 와중에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가며 들었지만 결국 히나도 써먹지 못했다. 그래서 캐리어를 내려놓고 세수만 하고서 어제 하루종일 비맞은 그 옷을 똑같이 입고서 양말도 못 갈아신어서 꼬질꼬질한 몸으로 첫날 베네치아 구경을 나선 것이다. 아,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마르코 폴로가 칸에게 묘사한 그 모든 도시는 결국 베네치아일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품고서 나는 이 도시로 왔는데. 이런 흐리멍텅한 정신상태로 무엇하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미친듯이 꼬불꼬불한 작은 골목길들 앞에서! 등 뒤로 매정히 닫힌 민박집 문 앞에 멍하니 서서 내 발을 어느 방향으로 디뎌야 하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지도 한 장 없었다. 아까 고대생 티내며 굉장한 집중력으로 설명을 들었지만 민박집 문이 닫히는 순간 내 뇌도 문을 닫아버렸다.
아, 자고싶다. 할 베네치아는 킴제보다 더더더 관광으로 먹고 는 도시여서 지도한장에 무려 2유로나. 적어도 킴제는 지도한장 가지고 돈을 받지는 않았고 그 입장료 비싸다는 빈에서도 무료 씨티맵을 나눠주었는데. 절로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10군데의 입장료가 무료라고해서 생각없이 산 뮤지엄패스는 내가 가고싶은 곳은 2곳밖에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아, 그것도 오늘 하루만 되는지 이틀이 되는지 확인도 안하고 무작정 사버렸다. 정말 뇌가 문을 닫아버린게 분명했다. 일단 걸었다. 첫번째 목적지는 클림트의 그림이 있는 카 페사로. 지도를 보아하니 카 페사로를 지나 프라리 성당을 들렀다가 아카데미아 미술관엘 갔다가 산 마르코 광장을 찍고 민박으로 돌아오면 될 것 같았다(길을 잃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 닫힌 뇌는 그대로 구겐하임을 놓쳤다.
꼬불꼬불. 모든 길이 작은 골목과 운하로 이루어져 있는 수상도시인 베네치아는 지도를 암만 봐도 누구나 한번쯤을 길을 잃는다는데, 나는 그 지도를 보고 길 한번 잃어버리지 않고 너무 잘 다녔다. 정말 신기하다. 나의 재발견! 나는 이제까지 내가 길치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도 한 장만 쥐어주면 이런 밈네비게이션이 따로 없다. 나를 밈네비라고 불러주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 열 걸음 걸을 때마다 볼펜으로 지도에 표시하면서 걸었거든요... 50미터가는데 엄청 오래걸림.

쨌든 꼬불꼬불거리는 골목길을 지나지나 다리를 건너 또 골목길을 지나지나 다리를 건너건너 신기하게도 지도에서 본 것처럼 카 페사로가 나타났다. 지도를 보고 다니면 그 지도에 맞게 정말 그 곳이 거기에 있다는게 새삼 너무 신기하고 뿌듯할수가 없다. 특히 베네치아에서는 더더욱! 그런데 카 페사로 안을 암만 둘러바도 클림트가 없는 거라. 일층 이층 암만 돌아봐도 클림트는 커녕 내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그림 한점 찾지를 못했다. 에밀 놀데 한 점 뿐이랄까.. 설마하는 마음에 직원한테 물어보니 클림트 지금 잠시 Pedova에 가 있단다. 아..ㅠㅠ 이런일이 정말 나에게 일어나다니, 카 페사로는 순전히 클림트 때문에 온 거고, 카 페사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뮤지엄패스도 산건데... 그 중심점에 있는 클림트가 출장을 갔다. 힝힝. 완전 대실망. 역시 뭐든 잘 알아보고 왔어야 하는건데. 빈을 떠나자마자 클림트와는 이렇게 안녕인걸까. 베네치아에서까지 클림트에 미련을 두면 안되었던 걸까. 실망감을 안고 다시 골목길을 지나지나 다리를 건너건너 프라리 성당으로 갔다.

베네치아에 많은것 1.골목길 2.관광객 3.닭둘기 4.기념품가게 5.가면 6.젤라또 피자 맥주

아니 많은것이 아니라 이 것만 있다. 다른건 없다. 현지인? 그런거 없는 것 같다. 그냥 관광객과 그들을 상대로 하는 상인들 뿐이다. 나의 환상의 베네치아는 이렇게 조금씩 깨어지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일단 너무 많은 관광객의 수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관광도시라고 하지만 나는 그냥 섬 전체에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다 관광객일 줄은 몰랐다. 이 꼬불꼬불 골목길을 가득 이루고 있는 좁고 길다란 이 건물들 안에는 도대체 누가 살고있는걸까? 다 민박집인 걸까? 텅텅 빈채로 바다위에 둥둥 떠있는 걸까. 프라리 성당에 도착하니 12시 55분. 누군가의 행복한 결혼식이 막 끝나고 사람들이 오오~우우~하며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고 있었다. 1시 이후에 성당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프라리 성당 앞 양지바른 곳에 앉아 이름모를 다리와 베네치아의 좁고 긴 컬러풀한 건물들, 그리고 다리 위 지나는 사람들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리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내 왼쪽에서 코 피어싱을 한 잘생긴 분이 내 그림을 보고 있었다. 앗, 눈이 마주치자 챠오챠오 하면서 그림 좋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쑥스럽다. 해상무역으로 한때 유럽을 장악했던 부의 도시 베네치아스럽지 않게 프라리 성당의 외관은 정말 수수했다. 거친 돌의 성당. 너무 수수해서 이게 그 프라리성당인가 싶었다. 프라리 성당 안에는 카노바와 티치아노의 조각이 네이브를 가운데로 양대산맥처럼 마주보고 있다. 나는 카노바의 조각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제목은 생각안나지만(ㅠㅠ) 큰 세모산 아래에 인물들이 웅장히 자리하고 있는 조각. 내가 그동안 봐온 조각들 중에 뭔가 혁신적인 구도였다. 아까 민박집 사장님이 카노바 티치아노 어쩌구 하면서 설명해주신 것이 이 조각인가 싶었다. (이미 뇌가 문을 닫아서 설명해주신 것은 기억이 잘...) 프라리 성당의 입장료는 1.5유로.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성당 자체가 작아서 금방 둘러보았다.

아, 지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전이 열리고 있다는 어느 작은 미술관 앞에서 아침에 마트에서 산 초코파운드를 비둘기랑 같이 퍼먹었다. 비둘기는 내가 흘린 초코파운드 부스러기를 퍼먹었다. 지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전은 우연히 발견한 좋은 기회였음에도, 다빈치고 뭐고 난 지쳐버렸고, 내 뇌는 더이상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런데 아.직.도 2시밖에 안되서 체크인을 못한다. 후.... 오늘치 숙박비를 내고도 난 들어가질 못하고있다. 슬픈 현실. 초코파운드를 1/3쯤 퍼먹고 복숭아 아이스티를 마시고 당섭취로 기운을 내서!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패스하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산 마르코 광장. 1학년 때 '건축과 도시의 이해' 시간에도 배웠고 도시계획 시간에도 한번 쯤은 꼭 언급이 되었으며, 수많은 건축책에서 좋은 광장의 으뜸가는 예로 늘 빠지지 않는 그 산 마르코 광장.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관광객의 물결과 수많은 비둘기떼의 물결. 베네치아에서 가장 살찐 비둘기들은 여기 산마르코 광장에 모여 있는 것 같다. 뭐 하나 부스러기라도 흘리기만 하면 몰려들어 다 주워먹어줄테다 하는 눈빛으로 한걸음 한걸음 어슬렁대고 있었다. 좀 무섭다. 난 비둘기가 싫다. 뭣모르는 사람들은 좋다고 빵부스러기를 한움큼 뿌려서 비둘기떼에 둘러싸인 채로 입을 헤벌리고 사진을 찍는다. 바이러스 입에 다 들어갈거같은데... 집에가서 샤워 깨끗히 하시길...

산 마르코 성당 그리고 두칼레 궁전. 종루. 산 마르코 광장을 단연 압도하는 건 종루이지만 이 종루의 배경을 뒷받침하고 있는건 이슬람과 유럽 양식을 합쳐놓은 것 같은 풍의 산 마르코 성당과 두칼레 궁전이다. 해상무역으로 물자가 풍부했던 베네치아는 유럽세계가 서로 싸우는 와중에도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요리조리 줄타기를 하며 지속적으로 아랍문화권과 교류를 할 수가 있었다. 그 문화교류의 최대산물이 산 마르코 성당과 두칼레 궁전이다. 산 마르코 성당은 저기 인도 타지마할 옆에 갖다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같은 세련된 아랍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고, 두칼레 궁전 또한 마찬가지다. 이 특별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유럽식 건물과 사면을 이루고, 파란 지중해와 하늘과 만나 산마르코 광장이 되었다. 여기에 정점을 찍는 것이 파란 하늘에 높이 솟은 종루. 그리고 산마르코 광장의 진정한 정점은 두칼레 궁젼 옆으로 지중해를 향해 트여있는 그 열림이라고 생각했다. 광장은 열려있으면서도 닫힌 공간. 열려있지만 주위 건물군으로 어느 정도 닫혀있어야만 광장이 성립되는데 산 마르코 광장은 옆구리를 바다를 향해 열어놓음으로써 진정한 열림을 실천하고있다. 그리고 바로 그 바다 너머에는 산 조르주 마조레 성당이 정말 한폭의 파스텔로 그린 베네치아풍 그림처럼 수평선 위에 아련히 떠있다. 이런 곳이 존재한다니, 말도 안되는 풍경이다.

누구나가 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곳에 가면 난 외롭다. 다 혼자 다녀도 괜찮은데 정말 관광관광 너찍나찍같이찍 하는곳에 가면 나는 나혼자 나찍나찍 밖에 할수 없어서 외롭다. 팔을 암만 뻗어봐도 내 얼굴이 3/4을 차지하는, 배경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사진 뿐이다. 그래서 스케치를 했다. 유럽은 스케치하기가 너무 힘든게 다 성당이라서 정말 그 장식이 미치도록 디테일하다.  조각상이 한둘이 아니고 스테인드 글라스가 한 두조각이 아니라이거다. 그림으로 그리기도 힘든 이 디테일을 그 시절에는 어떻게 하나하나 조각했을까? 근데 또 그 성당의 멋은 그 디테일인거라, 생략을 하고서는 그 성당을 그렸는지 뭘 그렸는지 알 수가 없다. 디테일을 그리고있으면 귀차니즘이 폭발하는데, 그래도 스케치 몇번 하다보니 대충대충 그럴 듯하게 보이는 기법을 터득해서 이제는 제법 슥슥 그린다. 후후 스케치도 하고 남은 쵸코파운드의 1/2을 또 퍼먹었다. 내 발밑으로 비둘기떼가 초코파운드 부스러기를 먹어보겠다고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으. 정말 일이십년 후면 비둘기들은 타조나 닭처럼 날지못하는 새가 되어버릴 것 같다. 그들은 이미 날 필요성을 상실해서 이제 유유히 걸으면서도 사람도 피하고 자동차도 피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날개는 달고있어 무엇하리. 인간이 또 한 종의 동물을 망쳐놓는건가 무섭다.

두칼레 궁전. 카 페사로에 이어 뮤지엄패스를 두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쓴다. 어느 블로그에서 두칼레 궁전은 꼭 들어가봐야 된다고 엄청 강조를 했어서 잔뜩 기대를 한다. 와, 그런데 여기는 루브르보다 더 미친것 같다. 정말, 정말 뻥안치고 온 방안이 그림으로 빽빽이 장식되어 있다. 진정으로 화려한 것은 킴제궁이나 쇤브룬에서 봤던 천사조각상이나 금박입힌 꽃장식이 아니라 온통 고귀한 벽화와 천장화로 장식된 이 두칼레 궁이다. 진짜 돈많은 사람들은 금이 아니라 그림을 산다. 진짜 돈많은 베네치아 공화국은 궁전을 금이 아니라 그림으로 장식했다. 이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궁전은 입이 떡 벌어지게 한다. 그림의 작가와 내용을 전혀 몰라도 그냥 기가 옴팍 죽는다. 피곤해서 조금만 돌아보고 민박으로 가려고 했는데 또 이 두칼레 궁전은 루트가 하나뿐이라 모든 길을 다 둘러보지 않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래 내가 다 봐주지. 방을 돌고 회랑도 돌고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어느새 감옥으로 와 있었다. 두칼레 궁은 지하 감옥으로 연결된다! 정말 이 궁전,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길이 너무 복잡하여 밈네비 고장났다. 감옥을 돌고있는데 어느새 같이 내려왔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고 나만 혼자 감옥 속에 덩그러니 있었다. 다들 정말 어디로 간거지? 게다가 여긴 감옥이라 나 쫌 무서운데 여기 들어오는거 맞는건가..? 의심가득 또 갑자기 긴장해서 두리번두리번 살금살금 한참을 걷다가 갑자기 짠하고 감옥이 끝나고 또 사람들이 나타났다. 엥, 뭐지? 나만 감옥갔다온건가? 감옥으로 안들어가는 다른 길이 있었나?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나만 지하세계로 들어갔다가 방금 또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9와 3/4승강장을 들어갈 때 아마 이런 기분인가? 또 하나 재밌는 체험을 했다. 그리고 이제 베르사유를 봐도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민박으로 돌아왔다. 걱정했는데 정말 길은 1도 잃어버리지 않고 최적의 루트로 나는 귀환했다. 너무 자랑스럽다 하하. 내 침대는 1층이다, 앗싸! 저녁으로 오랜만에 따뜻한 쌀밥과 제육볶음을 잔뜩 먹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아.... 이대로 잠에 빠져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치만 잘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다. 유랑에서 만난 베네치아 동행이 8시 반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으아 몸이 너무 피곤하니 내가 동행은 왜 또 구해가지고 잠도 못자고 기다리고 있어야 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나는 베네치아 야간열차를 같이 탈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야간열차는 혼자타고 얼결에 베네치아 동행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이 동행은 후에 베네치아를 넘어 로마 피렌체까지 내 이탈리아 전체루트의 동행이 되어 버렸다.

내가 어제 하루종일 빈 투어를 하고 베네치아 야간열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 와서 피곤함을 무릎쓰고 또 10시간을 발발대고 관광을 하고 돌아와서 지금 죽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는데, 이 동행은 나때문에 프라하에서 밀라노로 갓다가 바로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왔다면서 갑자기 생색을 ?!?!?!? 아니, 내가 뭐 오랬나?? 피곤하다니까 지가 더 피곤하다면서 또 내탓을 한다. 아 진짜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앞으로의 날들이 범상치 않다.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왕 피곤한거 어디 한번 죽어보자. 맥주랑 감자칩을 샀다. 아 근데 또 생각없게 병맥주를 사가지고 파리에서 수빈언니와 마지막 날에 벌였던 그 생쇼를 또 벌이게 생겼다. 오프너가 없는거다. 돌아다니다가 한번 거절당하고 젤라또가게에 부탁해 어렵사리 병을 열어가지고 운하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며 맥주를 마시고 감자칩을 아작아작 먹었다. 맥주 마시고있는데 바로 그앞에 수상택시가 정차한다. 사람들이 내린다. 나와 지금 티격태격하고 있는 이 동행, 상훈은 자기 경험담이야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자랑남이다. 여행에서 본인이 젤 힘들었고 죽을고비 살고비 다 넘겨봤고 베네치아 비둘기보다 자기네 동네 비둘기들이 세상에서 제일 살쪘다. 그래 너 잘났따 라는말이 절로 나왔다. 세살이나 차이나지만 만난 지 고작 두시간, 벌써 우린 서로 막 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날들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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