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1 스물셋,혼자떠난 유럽배낭여행일기

@1003_유럽여행15, 독일, 뮌헨(킴제 궁전, 옥토버페스트 폐막)

모나:) 2018. 3. 23. 16:22

10.03

 

 

킴제(Chiemsee), 그리고 옥토버페스트 마지막날.

세영과 킴제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 곳에 가면 사진이 굉장히 잘 나온다면서, 세영은 어제 카톡으로 킴제에 가자고 졸라댔다. 어차피 오늘은 피나코텍도 휴관일이고 나는 순전히 뮌헨은 옥토버페스트 때문에 온 거라 마땅히 계획해둔 일정은 없었다. 벤츠 뮤지엄이나 올림픽공원 정도 다녀와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뮌헨 근교인 킴제에 놀러갔다와서 저녁에 옥토버페스트 폐막까지 보자고 하니, 나로서는 아주 좋은 일정이었다! 콜!


킴제는 뮌헨에서 기차를 타면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근교다. 킴제에 도착하니 12시 반쯤. 이래저래 늦었다.그리고 킴제가서 먹으려던 뮌헨역에서 산 샌드위치는 세영이 조금 늦는 바람에 기차시간을 놓쳐서 다음 기차 기다리면서 다 먹어버렸는데, 이때 먹어버린 샌드위치가 킴제에서 정말 엄청 아쉬웠다ㅠㅠ

 

chiemsee. 한국 사람들한테는 잘 안알려진 뮌헨의 근교!
킴제에는 거대한 호수에 섬이 큰 섬, 작은 섬 두개가 떠 있는데, 큰 섬에는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을 본따 만들었다는 독일의 궁전이 있다. 우리의 목적은 그 궁전! 킴제역에 내리니 초록의 귀여운 꼬마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 다누비를 생각나게 하는 기차였다. 꼬마 열차를 타고 선착장에 가서 페리를 타고 들어간다. 기차와 배값까지 모두 9유로. 열차를 달달 타고 10분 쯤 가서 내리니 바로 페리 선착장. 호수가 정말, 정말 커서 마치 바다같다. 유원지의 분위기가 난다. 놀러온것 같다~~!! 놀러온거 맞지만 정말 유원지나 놀이동산에 놀러온 느낌이었다. 한국 사람들한테만 잘 안 알려졌을 뿐, 여기저기서 온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이 섬의 주요 경제수단은 궁전 관광임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 궁전은 가이드투어가 아니면 입장을 할 수 조차 없었는데 그 가이드투어가 완전 비쌌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어쩔수 없음!

 

우리는 이미 배가 고팠다. 아침에 먹어버린 샌드위치가 벌써 아쉽기 시작했다. 여기는 샌드위치스러운 음식을 살 수 있는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 매점에 아이스크림, 초코머핀, 과자 정도? 그래서 어쩔수없이 아이스크림과 초코머핀과 과자 정도를 샀다. 노점 바깥에 아이스크림 종류사진이 걸려있고 그 이름을 말하면 점원이 안에서 꺼내주는 구조였는데 내가 고른 이 아이스크림 이름이 도대체 뭐야, 독일어 읽을 수가 없잖아. 아.. 이대로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아이스크림도 못사먹는건가 싶은 좌절의 순간 세영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점원에게 보여주는 센스를 발휘했다ㅋㅋㅋ님 짱.

 

궁전 입장료에 모두 포함되어있는 가장 가까운 아우구스티너 갤러리를 먼저 보기로 했다.

아우구스티너 갤러리.. 작은 갤러리였는데 설명이 모두 독일어로 되어있고, 두 명의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볍에 보고 나와 킴제 궁전으로 향한다. 입구 쪽에 있는 아우구스티너 갤러리에서 20분 쯤 나무가 푸른 오솔길을 따라 주욱 걸어가면 킴제 궁전이 나온다. 오르막길인 줄 알고 오늘 날씨도 미친듯이 맑아서 아.. 힘들겠구나.. 했는데 그늘진 평지였다!! 대반전. 설렁설렁 산책하듯 걸어가니 킴제궁전 등장.


정원이 펼쳐져있고 분수가 한 개 두 개 세 개. 그리고 그 위에 궁전이 있다. 정말 베르사유궁의 축소판 같아 보였다. 햇살이 매우 눈부셨다. 독일은 날씨가 우중충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생각만 하느라고 심오한 철학자들이 많이 나왔다든데, 오늘은 데카르트도 피크닉 가고싶게 만드는 날씨다. 뜨거운 햇살에 자켓을 벗어든다. 3시 15분 가이드무리의 뒤꽁무니에 간신히 껴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영어가이드를 들으며 방을 돌았다. 눈이 휘둥그레지게 화려한 방들을 돌았다. 킴제궁은 베르사유를 본따 만들었지만 실제로 왕족이 살지는 않았다고 한다. 내가 잘 몰라서인지,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그냥 화려하기만 하고 그 내면에 뭔가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뭔가 고풍스러움이나 위압감, 장엄함 등은 잘 느껴지지 않았고 단지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 만이 그 벽면과 침대와 거울에 온통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는 황제의 번쩍이는 침실이 이 궁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궁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중에 오스트리아 쇤브룬 궁에서는, 킴제궁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실제 왕족이 살았고 썼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뭔가의 심오함 또는 엄숙함을 느꼈다. 또다른 비교체험 이랄까. 베르사유에 갔다 왔더라면 이 세 궁에서 어떤 다른 느낌을 받았을까?)

 

우리가 들어간 정원쪽의 궁의 후문으로 들어가서, 궁을 한바퀴 돌아 호수 쪽으로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잔디광장으로 나왔다. 이 쪽이 실제 궁의 정문이란다. 파란 잔디밭에 앉아 나무 사이사이에 담긴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아까 매점에서 산 소중한 초코머핀 하나를 나눠 먹었다. 달고 맛있었다ㅠㅠ 햇살이 너무 밝아서 그늘에서는 역광으로 사진이 까맣게 나왔다. 햇살도 이만저만 좋은게 아니라서 찍는 족족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ㅠㅠ 난 그늘진 상인가봐..우울 이곳 분수대에는 동전이 하나도 없다. 원래 어느 분수대에나 다 각국의 동전 하나씩 쯤은 있는거 아닌가? 구석에 있는 조그만 분수대에서 10센트짜리 동전 던지기 내기를 했다(민폐 관광객...?ㅠㅠ). 그러다 내기에 져서 맥주를 사야했다... 괜히 던졌다.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넣을수가 있는지......

킴제 궁을 나오니 어느새 4시 즈음. 작은 섬도 가보고, 해변가에서도 여유롭게 앉아 있어야되는데..  그리고 옥토버페스트도 가야하는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작은 섬은 결국 포기다. 다시 페리를 타고 돌아와 선착장 해변가에 앉았다. 작은 섬을 포기하고서라도 꼭 앉아서 여유를 부리고 싶었던 그 해변가. 해변가라고 해봤자 자갈 조금있는 곳에 호수물이 들락날락 하는 곳이었지만 우리는 자갈밭에 누워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이 곳, 이 시간의 여유를 만끽했다.


계획에도 없었던,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이 자갈밭에 어제 처음 만난 사람과 나는 누워있다. 여행자라는 신분은 참 특별하다. 어느 시간 어느 곳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몇시간 후면 나는 또 뮌헨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맥주 한잔을 들고 있겠지. 모든 세계가 내 발 밑에 있는 것 같고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가 있다. 웃음이 난다. 후후 재밌다. 호수의 오리, 갈매기, 이름모를 새들에게 아까 산 과자를 조금 던져주었다. 세영은 핸드폰으로 피아노를 쳤다. 물수제비는 못 뜨지만 독일의 호숫가에서 피아노를 띵똥 친다. 왜 나는 물수제비에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 꼭 이사람도 물수제비를 잘 뜨는걸 확인하고 싶은 건지, 왜 아무사이도 아닌 이 사람이 물수제비를 못 뜬다는 말에 실망을 하게 되는건지, 왜 자꾸 비교를 하고 있는건지 내 자신이 짜증이 났다.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거야. 정말 얼마나 크길래 헤어나도 헤어나도 나올수가 없는 건지 미치도록 씁쓸하다.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자리가 없어서 계단에 불쌍하게 쪼그리고 한시간을 달렸다. 녹초가 되어서 내 뒤 윗 계단에 앉은 세영의 다리에 기대 꾸벅꾸벅 졸았다. 벌써 저녁 8시. 집에 가야만 할 거 같은데 우리에게 옥토버페스트라는 거대한 일정이 남아있다는 게 믿기지않아ㅠㅠ

 

도착한 중앙역에서 커리부어스트를 발견!!! 꽁아 드디어 먹어보는구나ㅋㅋ 너가 추천했던 커리부어스트야. 그냥 소스뿌린 소시지일 뿐인데 세상 맛있다. 짭짤한 소시지에 불고기소스같은 소스를 뿌려 커리가루, 바게트빵이랑 같이 먹으면 짜지도 않고 고소하니 맛잇다. 커리부어스트 하나를 사이좋게 나눠먹고 화장실도 돈내고 사이좋게 갔다왔다. 이 곳 독일은 관광객들에게 목마르게 하는 음식을 먹이고 또 물을 비싸게 팔고, 그 비싼 물을 사먹고 나면 화장실도 돈내고 가게하는 그런 시스템이다. 치사하다. 우리나라가 좋은거였어. 화장실이 무려 1유로. 1유로를 내면 표가 한장 나오는데 선심쓴다고 그 표를 가지고 다음에 또 오면 50센트만 내면된다ㅋㅋㅋㅋㅋ

 

오늘은 테레지아 광장 쪽으로 들어간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어제보다 사람이 적다.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호프브로이 천막에 줄도 서지않고 가방검사도 하지않고 그냥 들어갔다! 와우! 여기 장난아니네. 이미 모든 사람들은 취할대로 취해있고 흥은 오를대로 올라서 의자 위로 올라서지 않은 사람이 정말 단 한사람도 없었다. 앉아있으면 발길질당함. 안 차이려면 나도 의자에 올라가야됨.


흥에 겨운 독일 남자가 맥주를 손에들고 춤을 추며 말을 건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까 얼마 전에 서울에 가봤다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사진 한장 같이 찍어둘 걸 지금 생각하니 아쉽다. 여러 사람들과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고 맥주잔을 부딪힌다. 이 곳은 흥청망청. 우리도 맥주를 사들고 짠. i love rock n roll 노래에 맞춰 우리도 춤을 추었다. 옥토버페스트의 마지막 밤. 그 순간에 나도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어제 만난 세영과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맥주를 마셨다. 맥주잔이 너무 커서 1/3쯤 남겼는데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흐흐 실실 웃음이 났다. 어제와 오늘 하루를 함께한 세영은 참 괜찮은 사람이다.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 이렇게 좋은 기억을 선물해주다니. 나도 그에게 괜찮은 동행이었을까? 마지막으로 관람차를 타고 저물어가는 옥토버페스트의 마지막 야경을 보았다. 안녕. 다신 없을.

 

특별한 하루다. 매일매일이 특별하지만 오늘은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내일은 내사랑 클림트가 있는 빈으로 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