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1 스물셋,혼자떠난 유럽배낭여행일기

@0926_유럽여행8, 파리(르꼬르뷔제 재단, 노트르담 성당, 암스테르담행 기차예약)

모나:) 2018. 3. 13. 16:22

9.26

 

 

몽파르나스역에 가서 암스테르담행 기차표를 예약하기로 한다. 수빈언니는 몽파르나스 근처 앙리까르띠에브레송 재단을 찾아간다고 한다. 역에서 헤어져 나는 암스텔담 기차 예약을 했는데 무려 39유로. 헐, 이거 예약비 맞아? 티켓값 아니야? 난 유레일패스도 있는데...ㅜㅜ 아 장난아니다. 유레일패스가 있어도 예약비가 이렇게나 비싸다니!! 유레일패스가 기차표가 아닌가? 근데 표를 왜 또 줬지, 이건 뭐지 예약확인증인가? 기차 시간도 오전 시간은 다 차서 오후시간으로 예약할 수 밖에 없었다. 2시 기차를 타면 암스테르담에는 5시에나 도착 할텐데 그때 도착하면 대부분 6시에 닫는 미술관들은 당연 못 들어가고 하루를 그냥 버려야 하는거다. 40유로를 그냥 날린 것 같아 뭔가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유로스타 외에 기차예약은 처음이라 뭔가 불안하다. 그냥 암스테르담 가지말고 파리에 더 머무르고 싶다. 아무래도 그 역무원이 youth로 안해줬던가 또는 예약말고 표를 끊어준 것 같다. 그 비싼 돈을 주고 유레일까지 샀는데ㅠㅠㅠ엉엉 혼자 한탄을 하다가 나중에 유레일지도를 보고나서야 파리-암스테르담 구간이 특별히 예약비가 비싸다는 걸 알게되었다. 40유로가 정상이었다. 켁.
그치만 이 땐 패닉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거금지출은 소심한 나에겐 아주 큰 충격이었다. 모네미술관이고 뭐고 이 예상치 못한 엄청난 예산초과에 도저히 다음 일정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르 꼬르뷔지에 재단으로 향했다. 엄청난 충격을 머리에 이고서 어버어버 찾아가는 르 꼬르뷔제 재단은 또 찾아가는 길이 너무 어려웠다. 길을 잘못들어서 한참을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아..! 나무들이 가득한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푸근한 아저씨 뱃살처럼 램프가 보올록 나온 저 흰 건물이 빌라 라로쉬다. 어렵게 어렵게 찾았는데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철창 사이로 나는 이 거장의 건축물을 눈 앞에 두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느긋한 건축재단사람들은 하필 월요일만 1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하필 오늘이 월요일 게다가 12시 30분. 수빈언니와 2시 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애매하다. 포기하고 근처 모네미술관으로 향했다. 내일 암스테르담 가기 전에 꼭 들러줄꺼다. 꼬르뷔제 님, 기다리세요!

약간 힘이 빠졌다. 열심히 찾아간 꼬르뷔제 재단은 문을 닫았다. 오늘 오전을 다 버린 느낌이다. 터덜터덜,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을 가는 길이 왠지 힘이 빠진다. 터덜터덜, 뭔가 이상한 길이 나온다. 이 길로 계속 가도 도저히 모네 미술관이 나올것 같지 않다. 뭐지, 길을 또 잘못 들었다. 옆길로 갔어야 했는데 또 모네를 코앞에 두고 이상한 길로 빠져버렸다. 터덜터덜, 이렇게 시간을 또 버렸다. 이제 모네미술관에 도착해도 도착하자마자 나와야 될 상황이 되었다. 수빈언니 번호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언니는 분명 기다리고 있을텐데 나몰라라 나혼자만 모네를 감상하고 있을 수는 없다. 터덜터덜 다시 돌아온다. 오늘은 뭘 해도 안되는 날인가부다.

 

돌아오는 길에 조깅하던 남자가 날보며 헬로, 인사를 했다. 씩 웃어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멈춰서서 나에게 온갖 환대를... 쏘 뷰리풀이라며 볼에 막 뽀뽀를 했다. 이게 프랑스식 인사란다. 이탈리아 사람인데 파리에 살고 있다고 했다. 반가움의 표시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이 당시에는 왠지 재밌고 그냥 반갑고 했는데 후에 이런게 동양 여자에 대한 성희롱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좀 기분이 안좋아졌다.

 

다시 시떼섬.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수빈언니를 만나기로 했는데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늘에 자리잡고 노트르담 스케치를 한다. 최강 디테일을 자랑하는 노트르담 성당을 감히. 비례를 잡는 것부터 여간 쉽지가 않다. 분명 노트르담 성당은 저렇게 완벽한 비율로 당당히 서 있는데 왠지 내 스케치북의 노트르담은 짜리몽땅하다. 옆에는 딱봐도 미국인인것 같은 남자가 나처럼 노트르담을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다가 눈이 마주쳤다. 헉, 내 짜리몽땅 노트르담을 계속 보고있었다. 미안하다며, 나도 모르게 계속 보고있었다고 사과를 했다. 부끄러웠지만 괜찮다며 웃었다. 나보고 프로페셔널이냐고 묻는다. 앗, 아니야 나 그냥 학생이야, 더 창피하게 그르지말어..ㅋㅋ good work하라고, 샌드위치를 깔끔하게 먹은 그 분은 한마디 응원을 남기고 떠나셨다. 그리고 나의 짜리몽땅 노트르담은 여행이 끝나도록 완성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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