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5 _ 유럽여행7, 파리(방브벼룩시장, 튈르리정원, 오랑주리미술관, 팔레드도쿄, 야경투어)
9.25
파리의 평일에는 하루종일 메트로, 버스, 트램을 다 탈수있는 티켓인 모빌리스가 6.3유로인데 주말에는 weekend pass가 있어서 3.5유로밖에 안한다! 우오오, 한인 민박에 묵지 않았다면 난 절대 몰랐을 정보겠지? 이렇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참 쏠쏠하고 아주 도움이 된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트램을 타고 방브벼룩시장을 간다. 민박집 사람들도 몇 명이 함께 출발했다. 트램은 오늘 처음 타본다! ㅋㅋ 트램은 정말 딱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것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데 방향 잘못탔다...ㅋㅋ 사람들이 많으면 그만큼 신경을 안써서 내가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도 반대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마냥 떠들고 있었다. 방브에 내렸는데 뭔가 시끌벅적한 것이 있어서 저긴가보다! 하고 들어갔다. 온갖 채소와 과일과 생선과 회와 빵과 고기와 치즈가 있었는데 어딘가 벼룩시장의 느낌은 아니었다. 어..이게 맞나..사진은 이게 아니던데.. 물어보니 이건 야채시장 같은거였고 한블럭 넘어가야 비로소 방브벼룩시장이 있었다.
온갖 옛날 것들이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늘어서 있었다. LP판, 옛날 사진, 엽서들, 온갖 그릇과 장신구들, 가구들까지. 그래 이게 벼룩시장이지. 비틀즈의 LP판을 구할 수 있으면 수지한테 사다주면 좋을 것 같아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비틀즈는 워낙에 유명하니까.. 당연히 없겠지. 포기하고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이쁜 조그만 뮌헨풍경의 카드집을 5유로에 샀다. 생각보다 비쌌지만 이건 나를 위한 선물! (후에 왜 이걸 샀는지 후회했다.. 서랍속에 처박혀있다가 버려짐 ㅜㅜ..) 그 밖에는 생각보다 정말 벼룩이라 그닥 볼건 없었다. 수빈언니는 남자친구 줄 옛날 사진들과 유리같은 필름, LP판 등을 샀다. 수빈언니의 남자친구는 주로 인물을 찍는, 이제 막 뛰어든 새끼전업사진가라고 했다. 수빈언니는 글을 쓴다고 한다. 커플이 예술에 관심이 많다보니 수빈언니와 얘기를 하고 있으면 왠지 예술인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고 예술 좋아한다는 내가 한없이 보잘 것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수빈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왠지 성격도 나와 잘 맞는것 같다 흐흐 그냥 내 생각에.
바게트 샌드위치를 반씩 나눠먹고 집 앞에서 헤어졌다. 나는 버스를 타고 루브르 앞에 내려서 튈르리 정원과 오랑주리를 보고 샹젤리제 거리를 건너 개선문에서 턴, 팔레 드 도쿄를 갔다올 생각이었다. 이렇게 늘여쓰니 정말 긴 여정같네. 그래도 오늘은 민박집의 야경투어가 있는 날이어서 간단한 일정으로 잡은거다.
루브르 앞에 내렸다. 파리 첫날에 루브르에 갔을 때는 지하철을 타고 바로 지하 광장을 통해 들어가서 바깥 분위기는 잘 몰랐는데, 루브르 앞은 정말 그 큰 루브르를 따라 긴 거리가 온통 기념품가게 천지였다. 여기서는 까딱하면 소매치기를 당할 것 같아 가방을 조심조심했다. 노트르담성당의 작은 미니어쳐를 갖고 싶었는데 5유로나 해서 얌전히 포기했다. 쓸데없는 기념품 같은걸로 돈을 낭비해서는 안돼, 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튈르리 정원. 루브르 앞으로 펼쳐진 파리의 정원. 같은 정원이지만 런던의 켄싱턴 가든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좀 더 공원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그런데 여기 너무 이쁘다ㅠㅠ 또 외로움이. 으헉헉 사진을 찍어도 찍어도 내 사진속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나도 없고 친구도 없다. 아~~~~~ 이럴 땐 정말 너무너무너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쉽다. 남는건 사진뿐이라는데 나에겐 내가 없는 사진 밖에 남지 않을 거라는게 속상하다. 튈르리 정원은 옛날에는 귀족들만 즐기던 정원이었다고 한다. 와, 이기적이네. 이렇게 좋은곳을 ㅠㅠ지금은 파리 시민들에게 아주 사랑받는 정원으로, 공원 전체에 걸쳐 여기저기 의자들이 엄청 많이 놓여있는데 모두들 의자 하나씩을 끼고 앉아 (또는 두개를 가지고 발을 올려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낮잠을 즐긴다.
일요일 오후에 온 게 잘못이었다. 이 곳에는 나만 혼자였다.
튈르리 정원을 걷다보니 콩고드광장이 나왔다. 그리고 콩고드 광장에서 샹젤리제 거리로 이어져 그 끝은 개선문이다. 직선으로 쭉 뻗은 도시 구조. 아 이게 이런 구조구나. 콩고드광장을 스케치하고 싶은데 스케치북은 가져오고 펜은 안가져왔네. 아 밥팅이ㅠㅠ 튈르리 정원 안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있다. 이 곳은 정말 모네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작고 아담한 미술관은 내부도 깔끔하다. 오랑주리도 무료 입장~ 두둥. 입장료는 엽서와 연필로 맞바꾸었다. 입장하기 전에 타원형의 하얀 전실이 있다. 여기서 마음을 정갈히 한 후 모네와 마주하세요. 짜잔.
아! 수련. 오늘 난 모네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건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것만 같다. 수련을 따라 걷고있자니 내가 마치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것 같았다. 숨을 참고 주위를 둘러보면 보랏빛 푸른색이 어른어른거리고 고개를 들면 수면위로 수련이 드리워져 있었다. 눈물이 울컥할 뻔했다. 모네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말투를 가진 사람이었을까. 왠지 내가 모르는 단어로 말을 하며 내가 보지 못하는 색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 같았다. 이곳은 전적으로 모네의 수련을 위한 공간.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수련을 감상하고 있는걸 모네가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가 모르는 색으로 미소를 지을 것만 같다. 내 잃어버린 감성은 수련을 보는순간 폭발하여 내가 보고싶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여기서 울면 창피해. 기념품 샾에서 나를 위한 긴 수련엽서와 꽁이에게 감성편지를 써줄 작지만 이쁜 수련엽서를 샀다. 그리고 나가서 스케치를 할 수련연필도 하나 샀다. 수련 파일도 사고싶고 수련노트도 사고싶었는데 참았다. 수련수련수련. 아, 수련을 보고있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콩고드 광장에 나와 햇살을 받으며 광장스케치를 했다. 가장 파리다운 씬을 꼽으라면 음.. 나는 노천카페를 꼽을 것 같지만 그건 그릴수 없기때문에. 사람들 초상권도 있고 흐흐. 햇살이 뜨겁고 눈이부 셨다. 이렇게 밝은 빛을 보고있으면 라섹한 내 눈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선글라스를 끼고 스케치를 하긴 좀 그렇지? 콩고드광장을 나오면 네모반듯이 깎아놓은 가로수들 사이로 그유명한 샹제리제 거리가 펼쳐진다.
팔레 드 도쿄는 무척 흥미로운 미술관이었다. 아날로그 느낌의 4컷 흑백사진이 나오는 기계도, 모두 흥미로웠다. 밤엔 민박집 사장님과 민박집 사람들 몇명과 야경 투어를 했다. 사장님만이 아는 명당(?)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1664 블랑도 한 병 하고, 사장님만이 아는 핫스팟(?)에서 밤의 노트르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개선문과 몽마르뜨 언덕도 한바퀴 둘러보았다. 사장님만이 아는, 에펠탑이 보이는 명당에서는 잔디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블랑을 마셨는데, 마침 12시 정각이 되어서 에펠탑이 반짝였다. 사장님만이 아는 핫스팟에서 사진을 찍으면 주변 조명은 노란 불빛인데 노틀담 성당만 흑백으로 보이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민박집 사장님 정말 최고.
아, 이 곳은 정말 사랑스러운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