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1 스물셋,혼자떠난 유럽배낭여행일기

@0924_유럽여행6, 파리(퐁피두센터, 바스티유광장, 아랍문화원)

모나:) 2018. 3. 12. 16:15

9.24

 

늦잠을 잤다. 여행에서의 늦잠은 8시 반에 일어나는거다. 한국에 있었다면 상상초월. 느릿느릿 아침을 먹고 느릿느릿 머리를 감고 느릿느릿 준비를 하자니 오늘은 너무 나가기가 싫었다. 내 몸속에 잠복하고 있는 감기 바이러스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제 바토무슈에서 쌀쌀한 강바람에 감기에 걸려버렸다.
아............. 피곤해........... 안나갈래..............

그래도 오늘은 퐁피두 가기로 한 날이기 때문에 느릿느릿 10시 반쯤에 출발했다. 옆 침대에서 자는 친구도 퐁피두를 간다고 해서 같이 출발했다. 그 친구는 영국에서 랭귀지스쿨을 다니는데 나이가 스물이란다, 헐, 스무살이래. 너무어려!! 방학도 아니고 금토일로 파리에 여행을 온거다. 헐, 파리로 주말여행이래. 부러워!! 파리 첫날에 만난 여자학생 두명도 폴란드에서 공부를 하는데 시즌마다 유럽국가 하나씩 돌고 있따고 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파리, 이런식. 부러웠다. 나는 호주에 있을때 남들 다 피서가는 골드코스트도 못가보고 시드니에만 쳐박혀 있었는데 너무 부러웠다. 특히 유럽은 기차고 뭐고 다 통용되어있으니 여행도 쉽고 유로스튜던트면 박물관 미술관등은 할인이나 무료인 곳도 많아서 참 좋겠다 싶었다.

벌써 우리동네가 된 민박집 동네에는 맛있는 주황색간판의 빵집이 있다. 이름은 읽을수 없고 그냥 주황색 빵집이라고 부르는데 아침마다 사람들이 빵을 사기위해 줄을 서 있다. 꼭 하나씩 손에 들고가는건 바게트. 정말로 파리사람들은 바게트를 먹는다. 나는 이게 너무 신기했다! 파리사람들은 정.말.로. 바게트를 먹는구나! 그것도 모두다!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걸 뜯어먹으면서 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ㅋㅋㅋㅋ 마치 프랑스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맛있어보이는 페스츄리와 또 맛있어 보이는 초콜렛 미니케이크를 샀다. 옆침대친구는 마카롱을 색깔별로 하나씩 사고 크로와상을 하나 샀는데 그 크로와상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맛보기로 크로와상을 한입 뜯어먹고나서 이건 도저히 못참겠어, 이대로 퐁피두까지 못참아 하며 근처 공원에 둘이 앉아서 산 빵을 다 뜯어먹었다. 토요일 아침이라 공원에는 런닝하는 사람들 천지였다.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앞에 떡하니 앉아 우리는 쵸콜릿듬뿍듬뿍 빵과 설탕가득가득 마카롱냄새를 풀풀 풍기며 손가락 쪽쪽 빨아가며 먹었다ㅋㅋㅋ

 

그래서 퐁피두에는 거의 1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렌조피아노와 리차드 로저스가 함께 설계한 퐁피두 센터는 정말 기계덩어리였다! 알록달록한 기계덩어리가 파리의 고상한 건물들 사이로 우뚝 솟아있었다. 생각보다 덩치도 너무 컸다. 우리는 정문이 아닌 뒤쪽길로 와서 퐁피두의 뒷면부터 봤기 때문에 생각보다 길에 너무 붙어있어서 후면 파사드를 한 눈에 다 볼수조차 없었다. 돌아돌아가니 퐁피두센터의 유명한 굴다리 에스컬레이터가 앞에 붙어있는 메인파사드가 나오고 그 앞에 광장이 있었다.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아랍계?인도계?여자아이가 사인종이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앗, 이것은? 유랑에서 말로만 아니 글로만 보던 그 사기집시여자아이?! 농! 했더니 내 팔을 붙잡아가며 따지듯이 사인을 하란다. 뭐야 이거 미친거아니야? I said No!!를 외치고 무조건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옆침대친구가 사인을 하고 있었다! 헐! 그걸 왜해 바부야! 착해빠진거야 뭐야ㅠㅠ!! 구해주려고 가는 사이 그 친구가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40유로를 빼앗겼단다. 헐. 자선기부인줄 알고 5유로를 꺼내려 가방을 연 순간 손들이 가방에 들어와서 돈을 움켜쥐고 달아났단다. 그리고 그 와중에 너무 많이 집었다 싶었는지 45유로중에 5유로는 돌려주고 갔댄다ㅋㅋㅋ 웃을때가 아니지만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는 농을 외치고 막 걸어간게 참 다행이지 싶었다. 속이 상한 그 친구의 기분을 삭이기 위해 분수가에 조금 앉아 있었다. 기분은 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햇살이 참 따스했다. 금방 잊어버리라고, 그런 일 때문에 여행와서 기분까지 망치면 안된다고 그냥 자선한 셈 치자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위로를 해주었지만 역시 들리지 않겠지... 나같아도 40유로면 정말 분해서 어쩔줄 몰랐을 거다... 나도 같이 속이 상했다.

 

퐁피두는 외부에 붙어있는 굴다리 에스컬레이터를 타야만 위층으로 올라갈 수가 있다. 어찌보면 access가 너무 명쾌해서 좋기도 하겠지만 그 access가 단 하나 뿐이니 불편하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굴다리 들어가는 입구를 못 찾아 헤맸으니.
3,4층부터 둘러본다. 내가 좋아하는 미로도 있고 피카소도 있고 막스에른스트도 있다. 3,4층만 다 둘러봐도 족히 두시간이 훌쩍 지나버려서 6층에서 하고있는 뭉크의 특별전시는 보지 못했다. 뭉크는 절규로 유명하지만 나는 아는게 그것 밖에 없고 뭉크스타일은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못봐도 미련은 없었다. 표값은 아깝긴 했지만. 퐁피두 4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가 좋다. 아마 마레지구 쪽을 내려다보는 걸꺼다. 테라스에는 담배피러 나온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파리 어딜가나 담배담배담배. 파리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담배를 어찌나 피우는지 이 도시에서는 담배냄새를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으으..
퐁피두를 돌면서 정말 이거 70년대에 만들어진 건물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어진 후에 개조(?)되긴 했지만 런던의 로이드빌딩과 견주어봐도 이건 누가 더 현대식이냐를 가릴 수 없을 것이다.(런던에서는 로이드빌딩을 보며 이건 퐁피두 저리가라다 라고 썼지만..퐁피두를 보니 마음이 오락가락함) 그 당시에 이런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정말 너무 큰 컬쳐쇼크였겠지.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한 실질적인 인물은 단연 조르주퐁피두 일거다. 이 센스있는 분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런 파격적인 기계는 결코 존재할수 없었다. 우리의 높으신 분들도 이런 센스를 가지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에 이런 건물이 계획된다면? 시공도 못 들어가고 바로 계획취소 될 수도. 그래서 우리나라엔 아무리 랜드마크 랜드마크해도 그저그런 엇비슷한 건물 밖에 들어설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이렇게 퐁피두를 찬양하는 이유는 건물 자체가 너무 혁신적이어서라기 보단 조르주퐁피두의 그 아량넓은 센스와 40년 앞을 내다보는 천리안 때문인 것 같다. 퐁피두 자체는 분명 센세이션하긴 하지만 주위와의 조화는 떨어지는 것 같다. 건축물 디자인에서 아이콘이 되느냐 배경이 되느냐를 항상 선택해야만 할까? 퐁피두는 단연 전자를 선택했고 아마 조르주 퐁피두가 그걸 원했을 수도 있다. 어쨌건 21세기에 살고있는 내가 보아도 퐁피두는 이미 미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덥다. 어제까지만 해도 바토무슈 안에서 덜덜 떨었는데 오늘은 반팔만 입어도 덥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치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마레지구를 찾고 싶었지만 다른 길로 와버리는 바람에 갈 곳을 잃었다. 옆침대친구와는 헤어지고, 나는 바스티유 광장을 지나 아랍문화원으로 가려고 했지만 힘도 들고 덥기도 해서 rer을 타고 바스티유 광장으로 간다.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그 곳 바스티유 광장은 음.. 그냥 광장이었다. 생각보다 작은 정말 그냥 광장이네..

 

헨리4세 길을 쭉 따라 걸어가면 센 강을 건너 장 누벨이 설계한 아랍문화원이 나온다. 걸어가는 길이 멀지만 좋다. 꽃집도 찍고 카페도 찍고 강도 찍었다. 이렇게 길을 걸어봐야 도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마침 아랍문화원에는 자하하디드의 파빌리온이 설치전시되어 있었다. 오 럭키. 일단 아랍문화원을 먼저 보고 나오기로 한다. 거대한 직사각파사드는 '눈'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아랍의 패턴을 본뜬 정사각형의 '눈'들은 일조량에 따라 자동시스템으로 닫히고 열려 빛의 정도를 조절한다. '눈'들은 모두 같은 정도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르게 조절되어 어떤 '눈'은 열려있고 그 옆'눈'은 반쯤 감겨있고 또 그 옆'눈'은 다 감겨있는 식이다. 내부에서 보면 빛의 점점이들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어 환상적인 느낌이다. 아쉬운 건 그 환상적인 느낌을 나는 아무것도 없는 복도에서밖에 느낄 수 없었다. 라이브러리에 들어가면 책상위에 빛이 흩뿌려져 있지만 사실 빛과 그늘이 흩뿌려져 있는 환경은 책을 읽기에는 그닥 좋은 환경으로 보이진 않았다. 나는 라이브러리엔 들어가지 않고 바로 전시실로 향했다. 안내판을 내가 '해독'한 결과로 전시실은 7층에 있어야만 했는데 7층으로 올라가니 정말 아무것도 갈수 있는 곳이 없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외에는 모두 철창으로 막혀 있었다. 이 건물의 구조는 어떻게 생긴건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단지 방문객은 출입이 제한되어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코어를 가운데에 두고 양 옆으로 라이브러리와 전시실이 나뉘어져 있는 것 같았는데 라이브러리로 가는 입구는 오조리 3층 뿐이고 전시실로 가는 입구는 오직 1층뿐이라 아무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5층에 내려도 볼 수 있는건 철창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라이브러리의 책상 뿐이다. 이럴거면 엘리베이터를 왜 이렇게 가운데에 떡하니 놓았는지 참 이해가 되질 않았다. 7층에 올라갔다 6층으로 5층으로 3층으로 다시 1층 로비로 내려오고 나서야 인포메이션의 친절한 남자분께서 1층으로 올라가라고 일러주셨다. 전시실에는 온갖 아랍의 문양과 카펫, 자기, 장신구 등의 유물들과 몇점의 회화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다지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아니었다. 민박집에서 같이 묵는 사학과를 전공한다는 친구에게 와보라고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오히려 기념품샾이 더 볼게 많았는데 괜찮은 건축책들과 아랍문화에 대한 책, 그리고 동화책 등 책도 많아서 사고싶었지만 책은 내 캐리어를 더 무겁게 만들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

아랍 문화원 옆 흰색의 유연한 곡선을 그리는 파빌리온. 와 누가 봐도 자하하디드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건축물을 만든다는, 프리츠커상 수상을 수상한 인도의 건축가. 입장료로 4유로를 내고 들어가니 자하하디드 건물 모형들, 실제화되지 못한 alt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낮은 건물이던 스카이 스크래퍼던 늘 웨이브를 그리는 그의 건축은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실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건축물 하나하나 그 자체는 놀라운데 한데 모아놓고 보니 너무 비슷한거라. 여러 공간에 대한 경험으로 열심히 둘러보았다.

아랍문화원 앞에서 21번 버스를 탔다. 파리 버스는 처음! 파리버스는 창문이 큼직큼직 서 밖을 내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창문 밖 정류장 이름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돌아오는 내내 긴장했지만 복닥거리고 낡은 파리지하철에 비해 버스는 정말 쾌적하고 편리했다. 지하철은 쉽게 새걸로 교체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버스는 교체가 쉬워서 어느 나라를 가던 지하철보다 버스가 더 신식인가보다. 우리나라만이 지하철이 최고 신식 인듯? 우리나라 지하철 짱.

 

벌써 여행피로가 누적누적누적되어서 온몸이 천근만근, 하루종일 백팩을 멘 탓에 어깨가 저려오고 내 발은.... 그냥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패션이고 뭐고 로퍼는 신을 생각조차 말아야한다ㅠㅠ  운동화를 정말 사랑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민박집에 일찍 들어와서 남겨둔 요거트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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