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06, 느리게 걷기, 루앙프라방>비엔티엔
느리게 걷기
라오스에서는 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와 도시를 대하는 매너이다.
거리 곳곳 어디를 봐도 바쁘거나 서두르는 사람이 없고 한결같이 여유롭고 느긋하다.
오죽하면 LAO PDR이라고 하겠는가? (in LAOS, Please Don't Rush)
그러니 이곳에서는 누구나 '제발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빨리빨리의 한국인이어도 도저히 Rush할 수가 없는 여유의 공기가 흘러 절로 느긋해지는 것 같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 하는, 동남아에서 가장 느긋하고 평화로운 도시, 루앙프라방.
오늘은 가야할곳, 봐야할 목적지 같은 건 없다.
오늘의 계획은 그저 '이 문화유산의 도시를 느리게 걷기' 이다.
여유롭게 아침산책을 한다.
빨간 옷에 귀여운 가방을 맨 소녀가 맨발로 양동이에 물을 받고 있다.
이 곳의 아이들은 맨발로도 참 천진하게 뛰어논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스님들의 탁발 행렬와 함께 고요히 시작된다.
일찍 일어나서 거리로 나오면 이 탁발 행렬을 볼수도 있고, 시주 공양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결코 부지런하지 않은 여행자여서, 탁발 행렬은 볼 엄두 자체를 내지 않았다.
왓 마이 대법전
왓 마이는 왕족들이 수행하던 왕실 사원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한때 라오스 불교계의 최고 큰스님이 머물던 곳이라고 하며 사원 경내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대법당만 입장료가 있다.
왓 씨앙통 사원
루앙프라방에서 단 하나의 사원만 봐야한다면 단연 왓 씨앙통을 방문하면 된다.
왓(사원) 씨앙(도시) 통(황금) = 황금 도시의 사원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참고로 씨앙통은 루앙프라방의 옛 이름이라고 함!
약 500년 전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겉에서 보기에도 보존상태가 훌륭하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가 수도를 비엔티엔으로 옮기기 전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조의 수도였다고 한다.
도시화가 된 비엔티엔과는 확연히 다르게 루앙프라방은 도시 곳곳에 서른 개도 넘는 불교 사원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볼수 있다.
루앙프라방은 도시 자체가 작아서 걷다보면 사원이 하나씩 나오고,
뒤로 돌아가면 메콩강변을 바로 걸을 수 있고, 메인 거리에 늘어선 노점시장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여행자들의 만남의 장소 격인 조마베이커리에 다다른다.
골목대장 사인방
이른 시간에도 날이 후텁지근하여 근처 레스토랑에 잠시 더위를 식히러 들어갔다.
이 곳은 레스토랑이라고 하여도 에어컨 시설이 전혀 없다.
천장에 달린 선풍기 정도가 다이다. 그래도 땀을 식히긴 충분하다.
달콤한 레몬타르트와 시원한 소르베, 워터멜론 주스를 한잔씩 마셨다.
아침식사로 까오삐약을 먹어보기로 했다.
지난 밤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던 루앙프라방에서 엄청 맛있다고 하는 까오삐약 집을 찾으러 가는길.
루앙프라방 맛집이라고 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그 곳이다.
왓씨앙통에서 멀지 않은 근처에 작은 가게이다.
씨앙통 까오삐약 이라고 한국어로 적혀있고,
루앙프라방 최고 맛집(?) 답게 무려 한국어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
루앙프라방에서는 한국인을 잘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인지 우리가 갔을 때도 옆 테이블엔 한국인 커플이 있었다.
까오삐약(무+카이)를 두개 시켰다. (돼지고기+계란)
(1개 13,000낍 이었는데 포스팅하며 다시 찾아보니 14,000낍으로 오른듯)
맛있었다. 맛있는 쌀국수 !
국물까지 싹싹 비워먹고 다시 느리게 느리게 걸어보러 !
캔맥주 두개를 사서 메콩강변에 털썩 앉았다.
대낮에 이렇게 메콩강을 바라보며 맥주를 한캔씩 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후텁지근한 바람이 분다.
2박 3일의 루앙프라방은 너무나 짧다.
이 도시의 여유로움만큼 우리의 시간은 여유롭지가 않은것이 참 아쉽다.
조마베이커리에서 치즈버거와 커피를 한잔씩 마셨다. (총 67,000낍, 까오삐약 두그릇의 배가 넘음...)
루앙프라방에서의 사흘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아,
그래도 참 다른 세상이었다 후후
비엔티엔 가기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 가기
리조트에서 공항까지 샌딩을 해주었다. (물론 유료, 8만낍)
루앙프라방 공항은 매우 가까워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라
이 도시를 차마 아쉬워할 틈도 없이 도착을 해버린다.
하늘은 참 높기도 하다.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에 왔던 것 처럼 Domestic Terminal에서 짧은 수속을 하고
자그마한 라오항공에 오른다.
루앙프라방 첫날 야시장에서 하나씩 구입한 냉장고바지를 입고 -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입고있는데 ㅋㅋㅋ 엄청 잘 샀다.
가볍도 돌돌 말면 부피도 매우 작아서 여행갈때 잠옷으로 챙기면 아주 그만임.
봄.가을에 집에서 잠옷으로도 엄청 잘 입어서 지금 거의 헤질 정도다.
입을 때마다 좋았던 루앙프라방을 추억하며 ㅡ.
비엔티엔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달이 떴다.
하늘이 참 맑아서 달이 선명하다.
오늘은 비엔티엔에서 푹 자고 내일은 또 계획없는 비엔티엔 시내구경ㅋㅋㅋ
혼자 간 여행도 아닌데 이렇게 별 일정 없는 여행은 처음이다.
근데 이 나라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고, 정말 잘, 쉬고, 힐링하고 간다.
밋밋하고 재미없을지 모르지만 여행은 각자의 것이니까.
어스름이 진 저녁의 비엔티엔공항.
우리가 방비엥을 갔었다면 굉장히 액티비티한 여행을 했겠지?
난 우리의 여행이 더 마음에 들지만 다음엔 또 같이 방비엥의 신나는 여행도 한번 해보자 !
비엔티엔의 숙소는 시내 근처에 있는 le Luxe Butique Hotel.
르 룩스에서는 공항픽업서비스가 안되어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루앙프라방에서 머물렀던 키리다라호텔보다 작고, 조식도 키리다라가 더 좋았지만.
딱 시내호텔 정도의 깔끔함이었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거리로 나와 저녁식사를 했다.
비프 스테이크와 오믈렛 라이스, 비어라오를 3잔 마셨다.
너와 나의 네번째 여행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