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주차] 남편 임밍아웃 이벤트. 아빠가 된걸 축하해! (임신 서프라이즈)
나의 임신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모나
사흘 전 임신테스트기가 두줄 뜬 것을 확인했고, 바로 어제 남편 몰래 산부인과에 가서 피검사를 통해 임신인 것을 확실히 확인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이 기쁜 소식을 너에게 어떻게 알릴까..♡
그 동안 나의 이 격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아무에게도, 내 영혼의 단짝인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지내느라 너무 힘들었다. 입이 근질근질하고 내 무의식은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서 나도모르게 '임신했어'라고 불쑥 말해버릴까봐 괜히 혼자 로봇이 되어서 뚝딱대던 날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서프라이즈를 받고 남편은 어떤 반응을 할지 생각만해도 실실 웃음이 나왔다.
다른 분들이 하신 이벤트들은 참고해서 대략 구상을 했다.
구상 ㅡ
레터링 풍선 하나를 메인으로 놓고, 그 주변으로 집에 있는 온갖 소품들과 전구, 조명을 깔아두고,
가운데에 어제 찍어온 (아직 점같은 아기집이 보이는)초음파 사진과 두줄이 뜬 임테기, 그리고 카드를 담은 상자를 놓아둔다.
남편이 불꺼진 집안으로 들어오면 테이블에 보이는 반짝반짝한 전구와 풍선ㅡ, 그리고 상자를 열어보니 짜잔~!
깜짝 놀란 그 순간 내가 빼꼼히 나타나서 "아빠가 된걸 축하해" 하며 감격의 포옹 ㅡ!! (BGM으로 잔잔한 음악이 깔린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동영상으로 담는다.
좋았어, 완벽햅
임밍아웃 이벤트 준비물
마침 오늘 남편은 퇴근하고 직장 동료들과 당구 한겜 호다닥 치고 온다고 했다.
내가 이벤트를 준비할 시간을 1시간 더 벌었다!
준비물은 7가지.
1.미리 주문해놓은 레터링 풍선 (쿠팡에서 구매, 마침 오늘 도착했다)
2.초음파 사진 (어제 병원에서 찍어온.. 아직 점 같이 작은 아기집이 찍혀있는^^)
3.임신테스트기 (내가 썼던 스트립이 아닌, 뚜껑(?)이 있는걸로 약국에서 새로 구매했다.)
4.예쁜 상자 (다이소 구매)
5.상자 안에 충전하는 것 (다이소 구매)
6.귀여운 카드 (다이소 구매)
그리고 오늘을 축하할 7.작은 케이크!
문구를 뭘로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심플하게 '아빠가 된 걸 축하해' 로 정했다. 아가의 입장에서 '아빠 언제 만나요~' 이런 문구도 있었지만 그건 왠지 마음에 잘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 그와 나를 모두 축하하고 싶었는데 적당히 깔끔하고 심플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해주는 서프라이즈니까, 온전히 그를 축하해주기로 했다.
레터링 풍선은 셀프로 만들었는데, 나는 손재주가 꽤 좋은 편인데도 살짝 어려웠다. 한개 만드는데 30분 정도 걸린듯..?
손꾸락이 너무 아팠따ㅜㅜ
다 만들고 나서 레터링시트 까지 붙였는데 바람이 자꾸 빠져서 귀여운 우리 아기 얼굴이 자꾸 찌그러졌다 ㅠㅠ
마음은 급해서 일단 어찌저찌 꽉 묶어서 세워두고, 테이블 세팅도 해두고, 동영상 촬영을 위해 테이블이 몰래 잘 보이는 한 켠에 삼각대도 설치해 두었다.
남편 오기만 해라..!
아빠가 된 걸 축하해!
나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남편은 불꺼진 집에서 환하게 켜진 조명과 테이블을 보고, 감격하며 그 앞에서 상자를 열었어야 했는데(!)
테이블을 지나쳐 그대로 안방으로 직진, 숨어있던 나를 찾아버렸다. 그리곤 울먹울먹 거리며 이게 다 뭐냐며~ 상자를 열어볼 생각은 안하고 눈물나는걸 숨기려고 자꾸 덥다며 옷방으로 숨으려고 해서 억지로 끌고 나와야했다 ㅋㅋ 아휴,
아니, 와서 이것 좀 봐줄래 남편...?
남편은 상자와 풍선을 한참을 보며 울었다 웃었다 했다.
울음으로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다가도 나를 보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내가 쓴 카드를 소중하게 읽고 또 읽는 남편. 찡해.. 사랑해
기분이 어때? 라고 물으니 한참 단어를 고르다가 '설레.. 그리고 기뻐' 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꾸 눈에서 얼굴에서 땀을 흘렸다 ㅋㅋ (본인피셜 굳이 땀이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줄도 모르고 자기는 친구랑 당구나 치고 있었다며 갑자기 자책을 시전..!
아니야 너 당구치고와서 내가 준비할수 있었어 :)
그리고 나의 실수로 동영상 촬영 버튼이 눌리지 않아서 이 모든 순간을 동영상에 담지 못했다 ㅜㅜ.. 흑..
그래도 나의 기억 속에 영원히 꼭꼭 간직할 우리의 첫 아가, 그리고 첫 임신 서프라이즈.
아직도 사진만 보면 이 순간의 감정이 떠올라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찡하다.
남편은 그 날 침대에 누워서도 자꾸 여운이 오래 가시질 않는지 '아휴 정말!' 을 외치다 잠이 드셨다.
남편 임밍아웃 이벤트 대성공 ♡
앞으로도 우리 셋이, 아니 둥이랑 넷이 재밌고 행복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