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주차] 임신테스트, 첫 산부인과 방문, 아기집은 아직이네요 (임신 극극초기 증상)
배란일 그리고 14일 후 해본 임신테스트
본격적으로 배란테스트를 시작하고 마지막 생리일 기준 +19일차에 배란피크가 뜨고, +20일차에 배란일을 맞이했다. 기준 28일 생리주기에 비해 일주일이 늦은 배란일이었다. (나는 평소 생리주기가 비교적 28일에 근접했고 또 주기도 꽤 규칙적이었는데, 전 달에 화이자 백신 2차를 맞은 것이 이번달 배란 주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개인적인 피셜이다.)
▽ 배란테스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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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시 14일 후, 생리 예정일이 도래했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고, 지방에 사는 남편 친구의 집들이가 있는 날이어서 ktx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 1박을 하고 올라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아침에 샤워하기 전에 남편 몰래 해본 임신테스트기.
어라..? 두 줄이다.
어떻게 딱 14일 만에 두 줄이 떴지...?
눈을 크게 뜨고 봐도, 흐리게 뜨고 봐도 누가 봐도 두줄이다. 첫 테스트 만에 두줄이 뜨니 뭔가 어벙벙.
맨 처음 든 생각은, 임신이 된 건가? 오늘 집들이 가서 밤새 술 진탕 먹을 예정인데 괜찮나..?
어처구니 없게도 술 먹을 일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나서 두 번째로 든 생각은, 그동안 나의 로망이었던 <남편에게 임밍아웃 이벤트>! 어느 해외 SNS에서 본 이후로 나도 언젠가 아기가 찾아오면 남편에게 꼭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은 로망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남편은 아직 내가 임테기를 해본 사실도, 아마 오늘이 생리예정일인 사실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주말동안 내 입만 꽁꽁 막으면 된다. 흐흐.
임테기 두줄, 그것의 의미.
신기함+감격+감사함과 함께 찾아오는 걱정과 두려움
배란일 이후 +14일, 생리 예정일에 해본 임신테스트기에서 선명한 두 줄이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녁에 혹시나 해서 또 해본 테스트에선 더 선명한 두 줄이 보였다.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 임밍아웃 이벤트를 위해 남편 몰래 이 싱숭한 마음을 안고도 모른척 지낸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입이 자꾸 근질거렸고 어떤 주제로 얘기를 해도 머릿속에선 자꾸 '임테기 두줄' 단어가 맴돌았다.
하루종일 기분이 들떴다가, 설렜다가, 걱정이 되었다가 왠지 무섭기도 했다가 아주 오락가락했다. 나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것이 실감이 안났다. 참 감사하게도 임신 계획을 하고 바로 찾아와준 아기가 너무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준비가 된 것일까,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자꾸 들어 또또 해본 테스트에서 또 선명히 두줄이 나온 임테기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감정이 울컥해 남편 몰래 눈물을 쏟은 적도 있었다.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니, 우리가 아빠엄마가 된다니!! 하.. 그놈의 임밍아웃 이벤트가 뭐라고, 지금 나의 이 감정을 너와 격렬히 공유하고 싶다. 공유하고 싶드아아아.
임신 4-5주차 증상, 그리고 죄책감은 나의 몫
네이버 주수 계산기에 따르면, 생리 예정일이 된 지금 이미 임신 5주라고 했다. (보통 28일 주기로 따지면 임신 4주 쯤 되었겠지만 나는 배란이 일주일 늦었으므로 +1주가 되었다.)
남편 몰래 화장실에 앉아 네이버 검색창에 [임신 극극초기 증상]이라고 검색해본다. 앞으로 나의 몸은 어떻게 될 것인지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증상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검색해보면 배란 1일차 증상부터 배란 5일차 증상~ 등등 인터넷에 나오는 증상들은 다양하기만 한데, 실제 내가 겪어본 바로는 나는 그냥 배란전증후군 같았다. 아랫배가 좀 더부룩하고 소화 잘 안되는 느낌? 평소에도 배란전증후군이 심하게 있지 않았어서 잘 모르겠다. 냉이 좀 더 나왔던가...? 사실 임신 극극초기 증상 같은 것들은 다 기분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 같은. 엊그제 만나고 온 친한 친구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고 하면 왠지 나도 갑자기 목이 칼칼한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이런걸 맘카페에서는 '증상놀이'라고 불렀다. 왠지 아랫배가 좀 콕콕 거리는것 같고, 분비물도 좀 더 나오는 것 같고, 왠지 평소보다 더 피곤한것 같아서 임신이 된게 아닐까?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그런 현상을 말이다.
나같이 둔해빠진 사람은 그 날도 여느때와 다름없는 똑같은 컨디션이었다고 기억한다.
다만,
임테기에 두 줄이 뜬 순간, 아니 임신 5주차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내 머릿속은 지난 5주 간의 나의 행적을 샅샅이 훑으며 그동안의 나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에 22년 지기 친구와 집에서 와인파티를 벌였다. 이 때 둘이서 소고기에 레드와인 1병, 디저트와 화이트와인 1병을 마셨었지.. 그리고 그 전에도 저녁식사를 하며 틈틈이 마신 맥주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도 집들이 파티로 술약속이 예정되어있지..
왜 나는, 임신준비를 하는 사람으로써 아무생각없이 이렇게 술을 마신 걸까. 마음속으로는 첫 시도인데 바로 임신이 되겠어? 하는 생각이었던걸까.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또 네이버 폭풍 검색.
결론은, 임신을 인지하기도 전인 극극초기에 섭취한 알코올은 괜찮다고 한다..!
아직 엄마가 먹은 음식이 아기에게 전달되는 기관이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이라고. 그치만 이제 내가 임신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술, 약 등 절대 노노!
폭풍처럼 밀려드는 자책감도 나 혼자 감당해야할 몫. 아직 아무에게도 공유하지 못한다.
남편에게 그놈의 <임밍아웃 이벤트>를 하기 전까진..!
임신 5주+0일, 첫 산부인과 방문. 아기집이 보이지 않네요.
몰래 임테기 두줄을 확인하고(토요일) 이틀 후인 그 다음주 월요일, 퇴근하고 남편 몰래 혼자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처음 산부인과에 진료문의를 할때 어찌나 떨리던지! 마침 야간진료가 있는 날이었고, 예약없이 방문해도 된다고 하여 퇴근길에 있는 집근처 산부인과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 임신테스트기에 두줄이 떠서요...
- 그러세요~ 일단 너무 축하드려요 :) 아기집 잘 있는지 질초음파로 한번 볼게요~
마지막 생리 예정일 날짜를 확인하고 자궁경부암 검진할때 앉아봤던 그 일명 굴욕의자(!)에 어정쩡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나는 배란테스트를 해서 배란일도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배란일 날짜도 말씀드리니 그건 별로 신경쓰시지 않았다. 요리조리 꼼꼼히 살피었는데 내가 인터넷에서 봤던 까맣고 동그란 아기집이라고 하는 건 당최 보이질 않았다. 읭..? 의사선생님께서 샅샅이 살펴보다 겨우겨우 찾아낸, 이제 막 동그라미가 되려고 하는, 뿌연 안개같은 것에 쌓여있는 까만 점이 이제 아기집이 될 것(?)같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아기집을 본 것은 아니라 임신이라고 확정짓긴 어렵고, 추가로 피검사를 해서 임신 수치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피를 뽑고, 결과는 이틀 후 쯤 전화로 알려주신다고 했다.
임신확인서는 발급받지 못했다. 피검사로 수치가 확실하거나, 아기집이 확인되면 그때 발급된다고 한다.
산부인과 첫 검진
임신확인 피검사 및 첫 초음파 비급여
\36,200원
왠지 모르게 허망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임테기 두줄 뜬 것이 다 임신인 것은 아니구나.
임테기를 확인하고 그 주말동안 근질거리는 입을 꾹꾹 참으며 버텨왔는데, 또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니!! 정말 왠지 모르게 너무나 허탈했다. 그래도 임신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좀만 더 기다려보자. 엄마가 되려면 처음부터 이렇게 인내하는 법을 연습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병원에서 차를 빼다가 병원 앞 건물턱(?)을 살짝 건드려서 대리석이 깨져버렸다. 심지어 그날따라 남편차를 끌고 간 날이었다. 하.. 산부인과도 몰래 온 건데 너 차로 산부인과건물을 깨먹었다고 어떻게 말하지..
이래저래 머리가 아픈 날이었다ㅠㅠ
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왔다!
피검사 결과 임신 수치 800이상으로 임신이 맞다고..♡ (860인가..? 뭐라고 하셨는데 정신없이 들어서 기억이 잘 안난다ㅜㅜ!)
피검수치가 100 이상이 넘으면 안전한 임신상태로 본다고 한다.
나는 860인가.. 라고 하셨으니 임신이 확실한 것이다.
보통 임신 4-5주차에는 아기집이 잘 확인되지 않아서 추가로 피검사를 해야하고, 그럼 나처럼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임테기 하고나서 (참기 힘들겠지만)일주일 정도 더 기다렸다가 6주차 정도에 산부인과 방문하셔서 아기집 확인하시길.
나는 배란이 일주일 늦어서 주수 대비 아기집이 약 5일 정도 늦게 생겼다.
그리하여 다음 이야기는 드디어, 임밍아웃 이벤트..!!